성전환자라는 증빙서류를 제출했더라도 징병신체검사에서 담당의사가 성전환자의 특정 신체부위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시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김OO(30)씨는 2006년 9월 인천지법에서 호적정정 허가결정을 받아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이 정정됐으나,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은 채 호르몬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김씨는 2006년 11월 이틀간 진행된 징병신체검사 당시 법원 결정문과 전문의 작성의 병사용진단서를 징병신체검사 담당의사에게 제출하면서 신체에 대한 시진(의사가 육안으로 관찰하는 것) 대신에 서류검사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징병신체검사 담당의사는 김씨에게 절차상 신체에 대한 시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어쩔 수 없이 시진에 응했다.
이에 징병신체검사 담당의사는 수석전담의사와 함께 초음파실에서 김씨의 성기 부분을 시진하고, 양측 고환결손을 이유로 신체등위 종합 6급의 병역면제판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김씨는 시진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2007년 8월 김씨에 대한 징병검사 과정이 헌법 제10조가 정한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국방부 및 병무청에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의 개정을 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해 1월 성전환자에 대해 신체 하체부위를 직접 시진하는 절차를 배제하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그러자 김씨는 “성별정정자의 특수사정을 입증하는 증빙서류를 제출했음에도 특수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두 명의 의사가 호기심을 갖고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노출하도록 강요해 수치심을 유발시킴으로써 인격권과 성적 프라이버시권을 침해당했고, 이로 인해 극심한 모욕감과 수치심 등의 정신적 고통을 당한 만큼 위자료 5000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단독 오동운 판사는 최근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의 주장대로 성전환자를 포함한 성적 소수자의 인격권과 성적 프라이버시권이 보호돼야 함은 당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판사는 “징병신체검사 대상자에 대한 시진행위는 병역법과 이에 근거한 국방부령인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근거한 행위이기 때문에, 시진행위로 인해 인격권과 성적 프라이버시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징병신체검사 담당의사들이 비뇨기과의사와 수석전담의사 자격으로 칸막이가 있는 공간에서 원고의 성기를 시진한 행위는 법령에 의한 정당한 직무집행행위”라고 덧붙였다.
오 판사는 특히 “원고는 불필요하게 2명의 의사가 들어온 것이 호기심의 발로라고 주장하나, 신체검사에 참석한 2명의 의사는 모두 징병신체검사 등위 판정에 관여하는 의사들이고, 오히려 한 명의 의사가 참석하는 경우 더욱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점에 비춰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전환자 내지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선도적으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성전환자에 대해 호적정정을 인정해 준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우리 사회가 성전환자를 어떻게 처우해야 하는 지에 관해 뚜렷한 콘센서스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가 선도적으로 법령을 개정해 이들의 권리 확장에 노력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전환자 징병신체검사서 의사 ‘시진’ 은 정당
오동운 판사, 성전환자가 낸 5000만원 위자료 청구소송 기각 기사입력:2009-01-29 12: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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