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한 달 만에 살인 저지른 30대 무기징역

울산지법 “사형은 면하되 위험성 비춰 사회에서 영구 격리 불가피” 기사입력:2009-01-28 14:53:02
강간상해죄를 저질러 징역 7년을 복역하고도 출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강간범행을 저지르다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2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30대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OO(34)씨는 2001년 9월 강간상해죄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4월5일 안양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그런데 4월28일 박씨는 직장을 구해주겠다는 친형의 권유로 울산 남구 신정동 다세대주택에 사는 친형 집에 내려와 살면서 옆집에 살던 A(23,여)씨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박씨는 형 집에 온지 일주일 뒤인 5월5일 새벽 3시경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마침 A씨가 가스공사 때문에 열쇠를 형네 집에 맡겨놓은 것을 알고 그 열쇠를 이용해 몰래 A씨의 집에 들어갔다. 강간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박씨는 잠에서 깬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회 때려 반항을 억압한 다음 강간하려 했으나 A씨가 거세게 반항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그러자 박씨는 반항하는 A씨를 살려두면 자신의 범행이 밝혀져 중벌을 받을 것이 두려운 나머지 방안에 있던 끈으로 A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출소한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박씨는 강도에 의해 살해당한 것처럼 꾸며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A씨의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등을 갖고 나왔다.

뿐만 아니라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박씨는 형과 형수에게 부탁해 범행 시각에 집에서 자고 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치밀함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가 범인으로 밝혀져 결국 강간등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곽병훈 부장판사)는 최근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알게 된지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피해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강간하려다가 실패하자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고, 게다가 경찰 수사 당시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형과 형수에게 부탁해 범행시각에 집에서 자고 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조작하는가 하면, 오히려 자신을 혐의자로 보는 경찰의 수사에 대해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인 취급을 한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는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결과 피해자의 유두에서 피고인의 유전자형이 검출되자 피고인은 자신의 충동적인 제의에 피해자가 응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후 극히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오로지 처벌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으로 몰아붙여 고인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게다가 피고인은 1996년 강간치상과 2001년 강간상해죄로 실형 전과가 두 차례나 있고, 무엇보다 지난해 4월 출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 범행을 저질렀다”며 “형사처벌을 받은 후 오히려 점점 더 흉악한 범죄로 나아가고 있어 기존 형사처벌이 피고인에게는 아무런 교화 기능을 가지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검사는 극형인 사형을 구형했는데 그 의견에 일응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으나,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영구히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로서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피고인에게 도저히 교화 및 개선의 여지가 없다거나 정상참작의 요소들이 전혀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는 23살의 꽃다운 나이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생명이나 졸지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유족들의 원통함을 가벼이 여겨서가 결코 아니라, 비록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생명 또한 다른 모든 사람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의 하나이기에 이를 박탈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이성적 고려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살인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출소 후 친형에게 의탁해 취직을 하는 등 생업에 종사하면서 갱생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며, 천주교를 믿으며 종교활동을 하고 있어 종교의 힘을 통해 앞으로 다소나마 개선될 여지가 있을 않을까 기대도 해 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감안해 피고인에 대한 극형의 선고만은 면하기로 하되, 범죄에 대한 책임과 위험성에 비춰 피고인을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박씨는 80회가 넘는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으나, 이와 같이 판결이 나자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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