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옆집 여성 성추행 혐의 벗은 사법연수생

서울고법 “피해여성 진술 주요부분서 계속 번복돼 신빙성 없어” 기사입력:2009-01-21 18:14:05
이웃집 여성을 성추행하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사법연수원생이 항소심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아 벌금형으로 감경 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법연수원생 A(36)씨는 2007년 8월27일 새벽 2시 30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창문을 열고 창문 밖 난간을 붙잡고 옆 호실에 사는 B(25·여)씨의 집에 침입했다.

A씨는 B씨가 속옷만 입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것을 보고 가슴을 만지며 추행했고, 이때 잠에서 깬 B씨가 “다섯 셀 때까지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쳤다.

이에 A씨도 추행을 멈추고 침입했던 창문으로 다시 나가려는 순간 B씨가 욕설을 하며 또 소리치자 A씨는 B씨의 목을 조르고 손바닥으로 B씨의 머리를 수회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하지만 A씨는 법정에서 “평소 공황장애와 강박장애 등을 겪고 있었는데 옆집에서 들리는 텔레비전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해 단지 텔레비전 전원을 끄기 위해 B씨의 집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B씨가 소리쳐 당황한 나머지 때린 적은 있으나, 자고 있던 B씨의 가슴을 손으로 만지며 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주거침입강간 등)과 상해 혐의로 기소됐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연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A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판결에 불복해 “강제로 추행한 사실도 없으며,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9형사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다만, 주거침입죄와 상해죄만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해자의 경찰 이후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입은 가장 중요하고 큰 피해 내용은 추행을 당한 사실인데, 실제로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했다면 피해자가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두 차례나 사건 경위에 관한 진술을 하면서 추행에 관해 진술하지 않았던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피해자는 추행에 관해 진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해서’라거나 ‘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라고 진술했으나, 피해자는 사건 발생 10분 만에 경찰에 신고했고, 이날 오전에서야 남자친구와 함께 있었던 경찰서에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점 등에 비춰 보면 피해자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만질 때 장갑을 착용했는지에 대해 진술한 바 없다가 나중에 사건 당시 피고인이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검찰에서 ‘도저히 사람 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잠결에서도 좀 거칠다 싶은 물체가 가슴을 만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눈을 떴다’고 진술을 바꾼 것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은 추행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반면, 피해자 진술은 이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에 관해 경찰과 검찰에서의 진술이 주요부분에서 번복돼 일관성이 없어 진술 내용 자체의 객관적 상당성 등이 결여돼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따라서 준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해 주거침입과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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