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차원서 낸 집단 사직원 수리는 ‘부당해고’

부산지법 “사직서 제출할 때 사직에 대한 내심 의사 없어” 기사입력:2009-01-08 13:58:43
근로자들이 업무반성 차원에서 제출한 집단 사직원은 사직서로서의 효력이 없어 회사의 사표수리는 ‘부당해고’에 해당돼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D금속을 운영하던 A씨는 2007년 10월 임원회의에서 상무로부터 제품불량률에 관해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품질불량에 관해 강하게 질책했다. D금속의 상시근로자는 50명 규모.

불량률 및 관련 손실비용을 조사한 결과 2007년 1월부터 9월가지 무려 5000만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상무는 며칠 뒤 있은 비상 임원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품질경영팀 직원 전체가 참석하는 자체 회의를 소집해 팀원들에게 품질불량 문제 및 회사 손실비용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근무태도 불량 등에 관해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면서 상무는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으니 근신하고 책임지는 자세에서 사직서를 작성하자고 말한 뒤, 팀장에게 다른 팀원들의 사직서와 함께 임원회의에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자리를 떴다.

이에 팀장은 팀원들에게 사직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2007년 3월에 입사한 이OO씨는 이를 거부하다가, 팀장이 “사직서가 수리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라며 사직서 작성을 종용하자 마지막으로 사직서를 작성했다.

팀장은 곧바로 10월12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품질경영팀 소속 직원 전원 및 상무의 사직서를 제출했고, 회사대표인 A씨는 이를 모두 수리했다.

한편 이씨는 3일 뒤인 15일 회사에 출근했는데 부장 등이 출근을 저지했고, 이씨가 떠난 자리에는 곧바로 다른 신규인력이 충원됐다.

이에 이씨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자, 회사는 “이씨가 자의에 의해 사직서를 작성한 만큼 사직은 유효한 것이어서 고용관계는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장준현 부장판사)는 최근 D금속 대표 A씨가 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관계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이씨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근로자들이 일괄적으로 사직원을 제출할 때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내심의 의사가 없었고, 사용자 또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서 사직원을 수리했다면 근로자들의 사직의사표시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사직서 제출은 상무와 팀장이 모든 팀원이 품질불량 등 문제에 대해 근신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새로운 각오와 팀원으로서의 일체감을 보이기 위해 형식상으로만 제출한 것이어서 이러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내심의 의사가 없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또 D금속의 규모에 비춰 볼 때 원고는 이를 알았거나 손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사직의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피고를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리했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부당해고’에 해당되기 때문에 고용관계는 계속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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