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의 불법연통개조로 가스중독사한 임차인의 유족에게 임대인과 가스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가스회사에 연대책임을 물으라는 판결이 나왔다.
A(30·여)씨는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있는 B(45·여)씨 소유의 주택 1층에 있는 3평 정도의 방 1칸(지하 3호실)을 임차해 거주해 왔다.
그런데 A씨는 2003년 4월29일 방에서 잠을 자던 중 사망했는데,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명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 3호실의 가스배관은 주방의 취사용 가스레인지와 난방용 가스보일러에 각 연결돼 있으며, 주방 개수대 옆에는 가스밸브가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2002년 5월 지하 4호실에 사는 세입자가 집주인 B씨와 그녀의 남편 C씨에게 지하 3호실 보일러 연통의 외부 돌출 부분이 통행로 쪽으로 향하고 있어 배기가스가 통행로로 배출돼 불편하다고 항의했다.
이에 C씨는 지하 3호실 내부에 설치된 난방용 가스보일러 배구기로부터 창문을 통해 옥외로 50cm 가량 수평으로 돌출 돼 설치된 알루미늄 주름관 재질의 배기용 연통 끝 부분에 석고붕대를 이용해 연통 약 2m를 이어 붙였다.
또한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지하실에 가스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장된 연통 끝 부분을 1층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구부려서 끝이 50cm 정도 수직으로 하늘을 향하도록 하고 철사로 묶었다.
B씨는 남편의 개조행위를 알고 있었으나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배관용 연통의 끝이 하늘을 향하게 되면 빗물이 들어갈 수도 있고, 연통에서 나오는 뜨거운 가스가 공기 중의 찬 공기와 만나서 생기는 응축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고이게 되는데, 실제로 사고 당시 배관용 연통의 가운데 부분은 내부에 찬 물의 무게로 휘어져 있고, 휘어진 부분에서는 응축수 2∼3리터나 나왔다.
결국 배기구 내부에 응축수가 고이면서 배기 연통을 통해 연소 가스가 배출되지 못해 연통에서 지하 3호실로 일산화탄소가 역류함으로써 A씨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게 된 것이다.
한편 도시가시회사 가스안전 점검원 D씨는 2003년 2월23일 A씨가 거주하던 방실과 외부에 설치된 보일러 연통 등을 점검했으나, 연통의 상태를 간과한 채 안전상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C씨는 A씨가 거주한 방실의 가스보일러 배관용 연통을 위험하게 개조해 과실치사 혐의로, 또 연통 등에 안전상 이상이 없다는 것으로 보고한 D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부산지법 민사17단독 박춘기 판사는 최근 A씨의 어머니(53)가 집주인 B씨와 도시가스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에게 963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고는 주택 소유자 겸 임대인으로서 임차인 A씨가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가스보일러 배관용 연통 등을 안전하게 관리할 주의의무가 있는 피고 B씨가 이를 소홀히 해 연통공사나 보일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남편 C씨로 하여금 함부로 연통을 수리·개조하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도시가스 안전관리를 담당할 의무가 있는 피고 도시가스 회사의 가스안전 점검원이 점검 당시 가스보일러 배관용 연통이 응축수가 고일 수 있도록 개조돼 있는 점을 간과한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만큼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해 A씨와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 A씨도 자신이 거주하는 방실에 설치된 가스보일러 배관용 연통의 형태가 정상적인지를 살펴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생활하다가 사고를 당한 만큼 망인의 과실도 25% 있다”며 “따라서 피고들의 과실 책임비율을 75%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임차인 가스중독사…임대인과 가스회사 배상책임
박춘기 판사 “피고 75% 과실책임 인정해 9630만원 지급하라” 기사입력:2008-12-19 09: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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