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며 강도 모방범죄 저지른 철없는 20대 엄벌

부산 동부지원 “징역 3년6월…좌절 등 범행 동기에 참작 사유 있어” 기사입력:2008-12-18 10:38:19
부모의 사업 실패와 이혼 등으로 극심한 경제적·가정적 어려움을 겪다가 신용불량자라는 이유로 지원한 회사로부터 불합격 처분을 받고 좌절한 나머지 TV를 보며 강도 모방범죄를 저지른 철없는 20대에게 법원이 엄벌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27)씨는 지난해 6월 부친이 사업에 실패한 후 그 여파로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그 무렵부터 경제적, 가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A씨도 부친의 빚을 갚기 위해 막노동을 포함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돈을 벌었으나 빚을 갚기에 현저히 부족했고, 올해 초에는 사금융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재됐다.

그런데 취업하기 위해 원서를 냈던 기업에서 신용불량자라는 이유로 불합격 처분을 받자, A씨는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집안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지난 10월7일 A씨는 부산 연제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중 범인이 흉기를 들고 길을 가던 여성을 상대로 지갑을 빼앗는 장면을 보고는 강도 범행을 해서라도 용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A씨는 다음날 새벽 4시경 집에 있던 흉기를 허리띠 속에 감추어 휴대하고 집을 나서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부산 수영구에 있는 노상에서 가방을 메고 혼자 길을 걷던 B(30·여)씨를 발견했다.

그러자 A씨는 B씨를 뒤따라가 가방을 낚아채려 했으나 B씨가 가방을 놓지 않고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면서 반항하자 손으로 B씨의 입을 막았다.

이때 B씨가 A씨의 손을 물어뜯으면서 A씨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기려고 했고, 이에 A씨가 반항을 억압하기 위해 주먹으로 B씨의 얼굴을 수회 때리고 몸통을 잡고 발을 걸어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후 A씨는 다시 가방을 빼앗고자 했으나 B씨가 넘어진 상태에서도 가방끈을 놓지 않자 A씨는 가방끈이 끊어질 때까지 B씨의 무릎이 바닥에 닿은 채로 끌고 갔다.

결국 B씨는 가방을 놓았고, A씨는 시가 10만원 상당의 귀걸이, 시가 15만원 상당의 목걸이, 현금 3만 5000원이 든 지갑을 갖고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 타박상 등을 입었다.

이로 인해 A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최은배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채로 부녀자의 뒤를 따라가 강도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것으로서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죄인 점 등에 비춰 볼 때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부모의 사업 실패와 이혼 등으로 극심한 경제적, 가정적 어려움을 겪다가 취업 불합격 처분을 받고 좌절한 나머지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점, 흉기를 소지하긴 했으나 피해자에게 흉기를 꺼내 사용하지 않은 점은 양형 참작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상해가 그다지 중하지 않으며 피해품이 곧 회복된 점, 피해자를 위해 일정 금액을 공탁한 점,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2회의 벌금형 외에는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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