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부모 대신 아이 키운 조부모에 양육권 인정

이헌영 판사 “조부모로 지정하는 게 아이 성장과 복리 위해 타당” 기사입력:2008-11-28 14:47:34
부모가 집을 나간 뒤 아이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안정적으로 자라왔다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양육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부가 이혼할 때 아이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지정해야 하는데,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양육자로 지정되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다.

법원에 따르면 이OO(24·여)씨는 10대 후반에 장OO(34)씨와 사실혼 관계에서 아들(6)을 낳은 뒤 2002년 8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장씨는 혼인기간 중 도박과 외박을 자주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지 않는 등 가정에 무관심하다가 2003년께 아예 집을 나가버려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

남편이 집을 나가자 이씨도 아들을 시부모에게 맡긴 뒤 집을 나갔고, 그래도 초기에는 아들을 보러 왔지만, 지난해부터는 거의 아들을 찾지 않았다.

이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현재까지 계속 맡아 길렀다.

이후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낸 이씨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친권자와 양육자로 자신을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아들과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썼지만 쉽게 친밀해질 수 없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당초 아들을 키우려고 마음먹었던 이씨도 양육의 어려움을 깨닫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8단독 이헌영 판사는 이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엄마인 이씨를 친권자로,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양육자로 지정해 아이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판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번 판결은 다소 이례적이어서 지난 6월 판결이지만 뒤늦게라도 소개한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가 가정에 무관심한 채 집을 나가 몇 년 째 행방을 알 수 없는 만큼 원고와 피고는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혼인관계가 파탄났다”며 “이는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피고가 혼인기간 중 아들의 양육에 무관심했고, 가출한 이후 현재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사정에 비춰 아들의 친권자로 원고를 지정함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양육자 지정과 관련, 이 판사는 “아이는 현재 할아버지, 할머니와 친밀관계가 형성돼 있으며 교육환경도 할아버지 집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점, 현재로서는 원고와 아이 사이의 친밀관계의 형성이 미흡하고 원고도 이를 인정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아이에 대한 친권자와 양육자를 분리해 양육자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지정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과 복리를 위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 이씨에게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매월 30만원씩, 그 이후부터 성년이 될 때까지는 매월 40만원씩을 양육비로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판사는 이씨는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둘째와 넷째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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