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와 가정폭력을 일삼아 온 아버지를 살해한 뒤 사체를 토막내 버린 죄책감에 술과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며 살던 40대 남성이 공소시효를 1년 남긴 범행 14년 만에 엄한 죗값을 치르게 됐다.
A씨는 젊었을 때부터 외도를 하면서 이혼요구에 응하지 않는 아내에게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이를 말리는 자녀도 폭행했는데 자녀들 중에는 특히 둘째아들인 김OO씨를 심하게 때려 김씨는 아버지에 대한 앙심이 깊어갔다.
A씨의 폭력은 김씨가 군대를 제대할 무렵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A씨가 점차 나이가 들고 김씨가 성인이 되면서부터 그 관계가 역전돼 김씨가 오히려 아버지에게 주먹을 휘두르게 됐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반 무렵 김씨는 아버지가 상가건물의 임대보증금을 올려 그 돈으로 내연녀에게 건물을 사준 것을 알게 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아버지를 심하게 구타했고, 그 이후부터는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아버지는 김씨가 무서워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방에서 소변을 볼 정도가 됐고, 김씨의 여동생은 오빠가 아버지를 폭행하는 것을 보기 싫어서 집을 나가 혼자 사는 등 가정이 파탄 날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가 28살이 되던 1994년 4월에 아버지(당시 65세)는 어머니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괴롭히자 김씨는 아버지와 싸우기 시작했고 가족은 김씨 부자를 남겨두고 혼자 사는 딸집으로 자리를 피했다.
다음날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자 A씨는 집에 없었고, 김씨 혼자 있었는데 김씨는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고 말했다. 그 날 이후 A씨는 행방불명됐다.
그런데 당시 집에는 A씨의 옷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부엌 찬장과 화장실 쪽 거실벽 틈에 피가 묻어 있었으며, 며칠 후부터 김씨의 방에 있는 붙박이장에서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붙박이장에서 구더기 같은 벌레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씨는 자신의 방에서 잘 나오지 않으며 살충제 같은 분사용 약품을 수시로 뿌렸다.
김씨가 “아버지가 가출했다”고 한 이후 가족들은 주민등록이나 국민연금 수령 여부, 출입국 여부 등을 확인해 봐도 A씨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고, A씨의 친구로 당시 경찰관이었던 김OO씨가 수소문해 찾아 봤으나 허사였다.
김씨의 어머니는 남편 A씨의 행방을 묻는 친척들에게 A씨가 미국에 갔다고 대답하다가 친척들이 석연치 않게 생각하자 두 차례에 걸쳐 실종신고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A씨를 찾을 수 없게 되자, A씨의 처는 이듬해부터 제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A씨의 가족들은 아버지가 가출할 이유가 없어 김씨에게 살해당했다고 짐작은 했으나 아무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김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뒤 사체를 방에 보관하다가 날씨가 더워 썩기 시작하면서 냄새가 나자 가족들이 없는 틈을 이용해 욕실에서 흉기로 사체를 아홉 토막내 배낭 안에 넣어 자신의 집 근처에서 마침 아파트 재건축으로 철거 중이던 인근 공사장에 버렸다.
패륜 불효자도 양심은 있었는지 김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밤새워 술을 마시고 낮에 귀가하는 등의 생활을 반복하면서 재산을 탕진했고, 술값을 달라면서 가족들을 괴롭혀 왔다.
그러면서 A씨가 실종된 지 14년이나 흘렀고, 김씨는 공소시효를 불과 1년 남겨두고 수사가 다시 시작돼 무거운 진실이 드러났다.
결국 김씨(42)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자, 자신이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사체를 토막 내 인근 공사장에 버린 사실과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주변의 몇몇 사람에게 이를 털어놓은 사실을 자백했다.
◈ 사체 발견 안 됐어도 유죄 인정
범행 후 시간이 14년이나 흘러 사체를 발견되지 않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지난 8월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아버지인 피해자가 내연녀에게 건물을 사준 것을 이유로 피해자를 심하게 구타한 이후 수시로 피해자를 폭행해 오다가, 피해자에게 외도와 가족들에 대한 행패에 대해 따지던 중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아주 불량하고 패륜적이며,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손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는 김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1994년 4월 초경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사체를 토막 내 버린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어도 유죄로 인정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내용 및 범행경위, 범행 후의 정황에 비춰 피고인에게 엄정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피고인은 평소 외도를 하며 가족들을 폭행하는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가 피해자가 이혼을 요구하며 어머니를 괴롭히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범행 이후 14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 1심 형량은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가정폭력 부친 토막 유기한 불효자 14년 만에 죗값
서울고법 “징역 12년…14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려 온 점 참작” 기사입력:2008-11-27 17: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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