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위원의 명단과 약력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공개로 할 경우 대통령의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여망으로 탄생한 사면심사위원회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에 대해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합법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법원이 감안한 것.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 신OO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8·15 특별사면에 앞서 사면심사위원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밀실심사를 방지하기 위해 위원 명단과 약력을 공개해달라고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법무부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법무부의 입장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며 공개할 것을 명했다.
먼저 법무부는 “정보가 공개될 경우 위원들이 사전적으로 집단적·조직적인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사후적으로는 대대적으로 집중적인 비난여론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전화나 인터넷에 의한 폭언과 협박 등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정보공개법의 목적에 비춰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사면심사위원들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상당한 정도로 확실함을 요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사면심사위원회는 사면심사 대상자의 선정이나 최종적인 사면 여부에 관한 결정 권한은 없고, 단지 법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 상신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 의견을 제출하는 데 그친다”며 “9인의 위원 중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특별사면에 대한 불만을 품은 이들이 아무 위원에게나 폭언·협박 등의 위해를 가하리라는 가정은 정보비공개를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 수행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장려돼야 하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형성된 여론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오히려 자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높은 사면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원들이 사면 결과에 대한 비난 여론의 표적이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정보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해 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또 “사면심사위원들이 누구인지 공개될 경우 여론 및 로비에 노출돼 심사과정에서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사교환이 어려워져 법치주의만을 내세우며 사면 자체를 반대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국민통합, 경제살리기 등 통치적 관점만을 내세우는 등 외부의 의사에 영합하는 발언을 하거나 비난여론에 대한 부담으로 아예 침묵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아 사면심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심사위원 중 특히 공무원이 아닌 4인 이상의 위원들이 여론이나 로비에 노출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책임과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지만, 이런 문제는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외에도 부당한 외부 여론이나 로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면서도 중립적인 인사를 위원으로 구성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위원들에 관한 신상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아 국민적 관심이 큰 특별사면 등에 대한 심사과정이 밀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위원들로 하여금 심의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과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히려 대통령의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여망으로 탄생한 사면심사위원회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에 대해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합법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될 위험성이 더 크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대통령의 사면권은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경우 법치주의의 근간을 파괴하고 사법질서에 대해 뿌리깊은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아주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특히 국회의 동의를 거쳐 명할 수 있는 일반사면과는 달리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함에는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어 그 동안 남용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개정 사면법의 취지에 비춰 보면 사면심사위원회는 그 의사결정에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더라도, 인적구성의 적정성 및 객관성과 심사과정의 절차적 투명성이 어느 정도는 보장돼 국민에 의한 기본적인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위원의 명단과 약력 등 최소한의 신상정보는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사면심사위원과 같은 공직자의 신분을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할 수 없고, 공직자의 신분이나 담당업무가 일반에 알려진다고 해서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될 것도 없으므로, 이 사건 정보공개 거부처분 사유도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사면심사위는 대통령 특별사면 들러리 될 것인가”
서울행정법원 “법무부는 사면심사위원 명단과 약력 공개하라” 기사입력:2008-11-26 12: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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