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접대비’ 요구한 판사 출신 변호사 법정구속 철퇴

인천지법 “징역 6월…엄히 단죄하지 않고는 사법 불신 해소 못해” 기사입력:2008-11-20 16:37:35
자신의 사건 의뢰인에게 “판사에게 접대를 해야 한다”며 이미 지급 받은 수임료 외에 판사 접대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웃돈을 요구한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법원이 법정구속하며 엄벌했다.

통상 유사한 사건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로 솜방망이 처벌을 해 오던 관행에 비춰 보면, 이 사건과 같이 실제 금품을 수수하지 못했고, 또 받았던 수임료까지 사죄의 뜻으로 돌려 준 점 등에서 집행유예 보다 더 관대한 선고유예나 벌금형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강력한 엄벌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인천에서 변호사사무실을 운영하는 판사 출신 변호사 A(46)씨는 지난 5월15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에 대한 정OO씨의 구속영장신청 사건에 관해 착수금 400만원과 성공보수 4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정씨 사건을 수임했다.

그런데 A변호사는 4일 뒤인 19일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사건수임료로 200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80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정씨에게 “사건이 쉽지 않았으니 비용을 더 내야한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영장담당판사에게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접대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수임료를 더 받아내기로 마음먹은 A변호사는 5월22일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영장전담판사 이OO을 보기로 했다. 사건이 막혀서 나도 안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들어주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 원래 안 되는데 판사에게 애걸복걸했다”라고 말하면서 판사에 대한 접대비 명목으로 70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씨가 이전에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을 당시에 바로 A변호사 자신이 정씨의 변호인이었기에 이번 정씨의 구속영장신청 사건을 수임하면서 보수를 약정할 때 이미 정씨가 집행유예 결격자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5일 뒤인 5월27일 A변호사는 정씨에게 또 전화를 걸어 “이OO 판사는 나에게 빚이 있어 들어주긴 했지만, 나도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말하면서 이 판사에게 집대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700만원을 요구했다.

A변호사는 6월12일에도 정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내 돈 500만원을 들여서 거창하게 접대를 했다. 돈을 준비해 달라”고 말하면서 판사 접대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요구했다.

6월말에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정씨에게 “판사들과 룸살롱에 가서 접대를 했다. 혼자 가면 찜찜하니 여러 명을 한꺼번에 접대를 했다. 아예 마음먹고 돌려야 해. 변호사들은 로비세계다”라고 말하면서 판사들에게 접대를 했다는 명목으로 400만원을 요구했다.

◆ 변호사 법정구속에 재판부도 고민

이로 인해 A변호사는 특정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장상균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사건 의뢰인에게 판사 접대비를 요구한 A변호사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판결문을 보면 현직 변호사를 법정 구속함에 있어 재판부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인이 1994년 변호사로서 법조인의 길에 들어선 이래 6년간 변호사 생활을 거쳐 2000년 2월 판사로 임관했다가 2006년 2월 다시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해 온 중견 법조인으로서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모두 시인하며 반성하는 점, 의뢰인 정씨의 거부로 요구한 금품을 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발했다.

이어 “또한 정씨가 수사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해 금품 요구행위가 사건화 된 이후 피고인이 사죄의 뜻에서 받았던 보수 전액을 정씨에게 돌려 준 점, 여기에 정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의 금품 요구행위가 방송에 보도돼 일이 이렇게까지 확대될지 몰랐다’며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리고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불법적인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사건에서 대부분 집행유예 등의 관대한 판결이 내려져 왔던 종래의 양형 관행에 비추어, 실제 금품을 수수하지는 않은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보다 더 관대한 선고유예 내지는 벌금형의 선고를 기대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엄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직 법조인에 대한 접대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그들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과다한 수임료를 요구하는 것처럼 이른바 전관 변호사들이 현직 법조인들의 직업적 자존과 명예를 팔아 장사를 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얼마나 일반화된 것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같은 행위를 엄히 단죄해 나가지 않고서는 우리 국민의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변호사의 고유한 사명이나 공익적 지위를 망각한 채 이미 성공보수금을 포함해 약정한 보수금을 다 받은 상태에서, 영장은 기각됐으나 공판기일을 앞두고 있는 의뢰인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단기간에 여러 번에 걸쳐 추가적인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정씨로부터 수임한 구속영장신청 사건은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졌고, 범행을 인정하는 단순한 폭력사건인 점에 비춰 피고인이 약정하고 수수한 보수액이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지하 단칸방에 살면서 변호사 비용도 어렵게 구했다는 정씨의 경제 수준에 비춰 큰 부담이 되는 수백만 원의 거액을 다시 영장담당판사에 대한 접대비 명목으로 요구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히 자신의 판사 경력을 내세우며 판사들이 흔히 업무관계로 접대하려는 변호사와 어울려 고급 유흥주점에서 즐긴다는 이야기와 함께 영장전담판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허위의 사실을 꾸며내어 해당 영장담당판사 개인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 판사들의 명예까지 훼손했다”고 꾸짖었다.

아울러 “나아가 비록 피고인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피고인이 정씨에게 금품을 요구하며 발언한 적나라한 내용이 그대로 방송에 보도돼 법원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는 사태가 초래된 점 등에 비추어 죄질이나 정상이 좋지 않아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엄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그리고 일반 형사사범의 경우에는 단기자유형이 수형자의 교화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수형자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아 재범의 우려를 높일 뿐이라는 단점이 지적되지만, 이 사건과 같은 부패사건에 대해서는 단기간이나마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도 유용한 제재수단”고 일침을 놓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이 제출한 수많은 반성문과 기도문, 그 가족 및 동료들의 간절한 탄원서에 (재판부가) 눈을 감고, 종래의 양형 관행보다 더 무거운 실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A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판결이 선고되자마자 이날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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