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단속 중 다친 불법체류 외국인 첫 업무상재해

“피신행위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경우에 해당함이 분명해” 기사입력:2008-11-19 21:55:01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산재 사건을 인정한 사례는 많이 있으나, 단속 과정에서 다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원심 판결이 대법원을 통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에 따르면 중국인 장O(23)씨는 2005년 3월 유학 비자로 입국한 뒤 경주에 있는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다가 무단 이탈해 2006년 2월부터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전자업체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2006년 5월2일 회사에서 작업을 하던 중 마산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이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회사에 오게 됐고, 이를 알게 된 관리부장은 장씨에게 다른 불법체류자 2명과 함께 2층 사무실로 피신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장씨는 불법체류자 2명과 함께 2층 사무실로 피신했지만 때마침 단속반이 불법체류자를 수색하기 위해 2층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고, 이런 광경을 본 회사직원이 장씨에게 수신호로 이를 알려줬다.

장씨는 다른 불법체류자 2명과 함께 2층 사무실 창문을 통해 외벽의 에어컨 배관을 타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했는데, 에어컨 배관을 고정한 핀이 빠지는 바람에 8m 아래 1층 시멘트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로 인해 두개골 골절 등의 중상을 입어 반신불수가 됐고, 이에 장씨 가족은 2006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 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창원지법 행정단독 곽상기 판사는 지난 1월 장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곽 판사는 판결문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행위를 업무수행이나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도주가 사업주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업무로 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재해가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에 장씨가 항소했고, 부산고법 제2행정부(재판장 김신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장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라”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재해를 입게 됐는데, 이러한 피신행위는 불법체류자로 단속될 경우 원고가 입게 되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 차례에 걸친 모집광고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했던 사업주가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된 방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뿐만 아니라 출입국관리법은 체류자격을 가지지 않은 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장씨에게 피신을 지시한 행위는 사업주를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만약 원고가 재해를 입지 않고 단속되지도 않았다면 단속행위로 일시 중단됐던 피신 직전의 업무를 계속 수행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신행위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경우에 해당함이 분명하다”며 “따라서 원고는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원심 판결과 상고이유서를 모두 살펴봤으나 국가의 상고 이유는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심리불속행)에 해당해 상고를 기각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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