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처음에는 위장결혼 알선브로커를 통해 만나 한국에 입국했더라도, 나중에 사랑의 감정이 싹터 혼인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박OO씨는 2002년 10월 위장결혼 알선브로커 A씨로부터 취업을 위해 한국 입국을 희망하는 중국여자들과 위장결혼을 하면 사례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보통 위장결혼의 경우 중국 여자 측에서는 700∼8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한국 남자측은 사례비로 30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박씨는 2002년 10월18일 A씨와 함께 중국으로 출국해 중국 현지 위장결혼 알선브로커를 통해 전OO(46·여)씨를 만나 하루 관광을 하고 다음 날 결혼사진 등을 찍은 다음 입국했다.
이후 2003년 3월 박씨는 다시 중국을 방문했고, 이에 전씨는 박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6일간 같이 지내면서 중국의 결혼공증처에 결혼신고를 했다.
그런데 박씨는 그 과정에서 한국남자와 위장결혼을 하려면 비용이 1000만원 가량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자,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A씨에게 소개비를 받지 않을 테니 전씨도 중국 브로커에게 사례비를 적게 주고 대신 한국에서 함께 살자고 제의했다.
전씨도 박씨가 마음에 들었던 터라 제의를 수락했다. 다만 진정한 결혼이든 위장결혼이든 한국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돈을 지급해야 하다는 말을 듣고 현지 브로커가 요구하는 150만원을 줬다.
사실 전씨는 2001년 중국에서 결혼한 전 남편과 이혼을 하고 한국의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기 브로커에게 한국남자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해 박씨를 만난 것.
이후 결혼 관련 서류를 건네받은 박씨는 2003년 5월19일 관할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런 다음 박씨는 호적등본, 초청장 등 국내 입국 관련 서류를 중국에 있는 전씨에게 보냈고, 얼마 뒤 전씨는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박씨가 당초 잘 산다고 중국에서 말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매우 가난했고, 이에 전씨는 식당에서 일을 해 자신의 빚도 갚고 생활비도 벌어야 할 처지가 됐다.
심지어 늦은 시간에 외곽 지역의 식당에서 일을 마치고 박씨의 집까지 돌아오는 교통비조차 너무 부담스러워 주로 식당 등에서 일을 하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가끔 박씨의 집에 들렀다.
결혼 후 지금까지 약 4년간 부부생활을 해 오면서 전씨의 박씨의 월세를 2회 내 주기도 했고, 집에 들를 때는 반찬을 해놓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전씨는 위장결혼으로 공전자기록등 불실기재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은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전씨는 “남편 박씨와 결혼한 후 지금까지 약 4년간 함께 살고 있고, 현재 유방암 3기로 투병중이라 경제적 형편이 매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하며 벌금 100만원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인 부산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경우 부장판사)는 지난 11월6일 전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최근 유방암으로 수술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여전히 박씨와 혼인생활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또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보인 위장결혼이 아니라는 일관된 태도 등을 보태보면, 비록 피고인과 박씨가 최초 만남이 위장결혼 브로커를 통한 만남이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후 혼인신고를 할 무렵에는 적어도 피고인에게 박씨와 진정한 혼인을 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전씨와 박씨가 혼인신고를 할 무렵에는 사랑의 감정이 일어나 진정으로 혼인할 의사가 있었던 점에 주목해 무죄를 선고한 것.
위장결혼이 나중에 사랑으로 발전했다면 무죄
항소심, 벌금 100만원 선고한 1심 판결 깨고 무죄 선고 기사입력:2008-11-14 13: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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