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한 필기구 안 쓴 고시생 사법시험 낙방 당연

서울행정법원, 불합격처분 수험생 법무부장관 상대 소송서 패소 기사입력:2008-11-13 16:08:11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서 사전에 공고한 지정된 컴퓨터용 사인펜을 쓰지 않고 일반 사인펜을 사용해 답안을 작성한 응시자에 대해 불합격처분을 한 것은 당연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법시험 주무기관인 법무부는 지난 2월1일 제50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실시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요공고 내용에 ‘답안지는 반드시 검정색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용해 작성해야 한다’고 공고했다.

또 응시원서를 접수한 수험생이 받은 응시표와 답안지는 물론 지난 2월27일 치른 시험장에서도 똑같은 응시자 주의사항이 명시돼 있었고, ‘연필 등 지정되지 않은 필기구 사용시 해당 문항은 0점 처리됨’이라는 문구도 표기돼 있었다.

시험 당일 컴퓨터용 사인펜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박OO씨는 컴퓨터용 사인펜인 아닌 검은색 일반 사인펜으로 시험을 치렀고, 그 결과 OMR 판독기가 박씨의 답안지를 판독하지 못해 모든 과목에서 0점으로 채점됐다.

이에 불합격처분을 받자, 박씨는 “컴퓨터용 사인펜만을 필기구로 지정한 것은 행정 편의를 위해 정한 기준에 불과하고, 비록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수작업 채점을 인정하지 않아 입게 되는 불이익이 너무 크다”며 소송을 냈다.

또 “2001년 사법시험을 주관하던 당시 행정자치부는 수작업 채점을 인정해 왔고, 그 이후 시험업무를 이관 받은 법무부는 인적사항의 오기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수기로 정정하고 있음에도 수작업 채점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남용했거나 일탈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종필 부장판사)는 10월31일 박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사법시험은 판사 등이 되려고 하는 자에게 필요한 학식과 능력의 유무 등을 검정하기 위한 경쟁시험이고, 시험실시기관이 시험평가의 구체적인 방법에 관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는 이상, 시험평가에 관한 구체적인 설정 기준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청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수작업으로 채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정확성을 방지하고 부정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용해 답안지를 작성하게 했는데, 이 기준은 사법시험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고 응시자 입장에서도 컴퓨터용 사인펜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조금만 주의하면 일반 사인펜과 구별할 수 있어 응시자들에게 별다른 부담을 주지 않아 전체적으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도 시험채점 기준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시험에 임함에 있어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 이상,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들인 노력과 불합격처분으로 인해 입게 되는 불이익 등을 고려하더라도 불합격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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