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실수로 시험 망치면 국가가 배상해야

김철민 판사 “감독관 과실은 불법행위…위자료 800만원 지급하라” 기사입력:2008-11-12 16:54:52
시험감독관의 실수로 수험생의 시험을 망치게 했다면 국가가 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홍OO(19)군은 2006년 11월16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2007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3교시 외국어영역 시험 감독관인 김OO(52) 교사가 홍군의 답안지에 확인 날인을 하다가 감독관 확인란이 아닌 결시자 확인란에 자신의 도장을 찍는 실수를 했다.

이를 발견한 감독책임자는 쉬는 시간에 홍군을 시험통제본부인 교무실로 불러 답안지를 재작성하게 한 후 4교시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 고사장으로 들여보내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홍군은 수능 모의평가에서 전 과목 모두 1등급을 받는 등 평소에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으나 이날 시험에서는 1∼3교시는 모두 1등급이 나온 반면 4교시에 치른 4과목 가운데 지구과학Ⅰ은 2등급을 화학Ⅱ는 3등급을 받았다.

이로 인해 홍군은 당초 희망했던 서울대 의과대학이 아닌 자연과학부에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불합격해 재수를 하게 되자, 위자료와 재수 비용 등 4300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와 김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홍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최철민 판사는 최근 국가는 홍군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홍군의 잘못으로 답안지 작성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답안지를 재작성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홍군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만큼, 감독관 김 교사의 행위는 과실에 기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감독관의 불법행위가 원고의 수능시험 4교시 시험을 치름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경험칙상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최 판사는 “또 감독관의 불법행위로 인해 홍군이 시험을 망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등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인 점도 경험칙상 상당하다”며 “국가는 홍군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위자료와 관련, “홍군의 연령 및 지위, 수능 수험생 기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할 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800만원이 적정하다”고 설명했다.

최 판사는 그러나 감독관인 김 교사의 실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판사는 “감독관의 잘못이 없었을 경우가 홍군이 지구과학Ⅰ과 화학Ⅱ 과목에서도 모두 1등급을 받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원고가 이들 과목에서도 모두 1등급을 받았더라도 당초 목표했던 서울대 의대나 실제 지원한 자연과학부에 합격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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