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제때 발견하지 못한 병원 20% 의료과실 책임

부산지법 “발가락 절제술까지 했으면 절단부위 조직검사 했어야” 기사입력:2008-11-07 15:05:32
암을 제때 발견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 환자가 숨진 경우 병원에 의료과실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정OO(28)씨는 2002년 10월 발톱을 깎다가 생긴 상처가 낫지 않고 통증이 반복돼 2003년 4월 A병원에 입원했고, 같은 해 8월까지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던 중 왼쪽 새끼발가락 절단 수술을 받았다.

정씨는 발가락 절제 이후에도 감염이 재발하자 2004년 7월 부산의 다른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은 결과 편평세포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정씨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다 결국 2006년 2월 숨졌다.

이에 정씨의 부모는 “처음 염증 치료를 하고 발가락 절제술까지 한 A병원이 절제한 발가락의 조직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숨졌다”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병원 측은 “의료진은 망인의 증세를 만성 골수염으로 판단해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했고, 만성 골수염의 경우 일반적으로 조직검사를 하지 않으므로 치료과정에 있어서 병원 의료진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다”며 맞섰다.

부산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김동윤 부장판사)는 암으로 숨진 정씨의 부모가 부산 A병원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단은 5864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의 경우 감염과 염증이 재발하고 있어서 이는 만성 골수염이 아닌 다른 원인에 기한 것임을 배제할 수 없었으므로 조직검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 피고는 망인에 대한 발가락 절제술까지 시행했으므로 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통상의 예에 따라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절단부분 등의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와 같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말미암아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고 할 것이어서,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고, 따라서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는 이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의 경우 감염 부위에 편평세포암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증상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점, 또 나이가 어리고 염증 부위가 자외선 노출이 거의 없는 발가락이었기에 편평세포암 발병 가능성을 고려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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