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절제수술을 받은 뒤에 임신했더라도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40·여)씨와 B(39)씨 부부는 자녀를 한 명 두고 있었는데, B씨는 2001년 6월 C씨가 운영하는 피부비뇨기과의원에서 정관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A씨는 2002년 4월 29일 임신 한 달 진단을 받았고, B씨는 그 무렵 C의원에서 정액검사를 받았는데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02년 12월 아이를 출산했고, 이에 B씨는 아내가 외간 남자의 아이를 가진 것이 아닌지 의심해 아내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결국 부부는 아이에 대한 친자감정을 받았는데, 서울대 의과대학은 이 아이가 부부의 친자일 확률은 99.99999998%라고 진단했다.
그러자 이들 부부는 “정관절제수술 과정에서 C씨의 의료과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됐고, 또 C씨는 정관절제수술 후에도 임신할 수 있음을 설명하지 않아 아내를 의심하고 폭행까지 하는 등 가정불화가 있었다”며 “따라서 C씨는 부부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만큼 3000만원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전주지법 민사7단독 임혜원 판사는 최근 A씨와 B씨가 C 비뇨기과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임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정관절제수술을 받은 사람 1000명 당 1명에게는 수개월에서 수년 후에 불가피하게 정관이 재개통 돼 임신이 되는 경우가 있는 점, 피고는 수술을 시행할 당시 B씨에게 수술 후 15∼20회 사정까지는 피임을 해야 하고, 정확히는 정액검사 상 정자검출이 안 될 때까지는 피임을 해야 한다고 주의를 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2002년 4월29일 실시한 B씨에 대한 정액검사 결과 정자가 검출되지 않은 사실 등에 비춰 보면 B씨가 수술을 받은 후 무정자증이라는 확인을 받기 전에 A씨가 임신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수술 후에도 임신할 수 있음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임 판사는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 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의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관수술 후 임신했더라도 병원 책임 없다
임혜원 판사 “환자 자기결정권 문제되지 않는 사항은 설명의무 없어” 기사입력:2008-11-06 15: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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