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입주민 방치 사망케 한 아파트 경비원 징역형

인천지법 “유기죄 인정해 부조의무 소홀…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기사입력:2008-10-29 12:50:11
만취 상태로 아파트 지하계단에서 잠든 주민을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아파트 경비원에게 법원이 ‘유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A(59)씨는 지난해 7월1일 새벽 5시 30분께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지하계단에서 하의를 벗고 입에서 술 냄새를 심하게 풍기며 입가에 약간 피를 흘린 채 코를 골며 자던 입주민 B(35)씨를 발견했다.

이에 A씨는 몇 차례 흔들어 깨웠으나 B씨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B씨는 반바지가 벗겨져 하반신 전부가 노출돼 있었다. A씨는 B씨가 자다 일어나 귀가하겠거니 하고 그대로 놓아뒀다.

이후 A씨는 이날 오전 8시경 여전히 일어나지 않은 B씨를 보고 이상하게 여겨 관리사무실 직원과 함께 119 등에 신고했으나 B씨는 사망한 상태였다.

부검결과 사망 원인은 B씨가 뒤로 넘어져 머리뼈가 골절되고 그로 인한 뇌좌상으로 밝혀졌을 뿐, 그 외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A씨는 유기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유기치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유기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A씨는 “B씨를 발견해 여러 차례 흔들어 깨웠음에도 일어나지 않아 단순히 술에 취해서 잠든 것으로 알았을 뿐 피해자가 당시 부조를 요하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아파트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아파트 및 그 부대시설 내에서 발생되는 입주민들에 대한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그 인명 등을 보호해야 할 계약상 부조의무를 진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가에 비록 소량이지만 혈흔이 있는 것을 봐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더욱이 당시 피해자의 하의가 벗겨져 하반신이 노출되는 등 모습이 매우 이례적임에도 피해자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휴대폰을 통해 피해자 가족 내지 구조기관에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보호 없는 상태에 둠으로써 피해자의 신체에 위험을 야기한 유기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할 당시 극히 소량의 혈흔이 입가에 있었고, 별다른 외상이 없어 생명의 위험이 있을 만한 구체적인 상황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도 술에 취한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쓰러져 잠을 잔다는 것을 자주 경험한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피해자가 술 냄새를 풍기며 코를 골면서 숨을 고르게 내쉬고 있어 단순히 취객이 아닌 뇌손상 등의 중상을 입었다고 판단하기에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더욱이 사건 당시 7월 초순의 여름 날씨였고, 실내 계단에서 누워있던 피해자를 발견할 때에는 날이 밝아오려는 시간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된 지 불과 3시간만에 갑자기 사망하리라고는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도 자신의 경험에 따라 조만간 날이 밝으면 취객인 피해자가 술에 깨 귀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이 술에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부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유기하기는 했지만, 사망할 것으로 예견하기는 힘들었다”며 유기치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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