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 시도해 살아남은 여성 자살방조죄

부산 동부지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동반자살도 처벌대상” 기사입력:2008-10-15 17:04:37
동거남과 동반자살을 기도했다가 혼자 살아남은 30대 여자에 대해 법원이 자살방조죄 등을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약국 전산원으로 일하던 A(37·여)씨는 2006년 2월부터 건물 주차장 관리원 B(47)씨와 동거해 왔다.

그런데 B씨는 지난해 12월 친동생에 대한 채무 2000만원을 갚지 못해 잦은 빚 독촉을 받던 차에 신용정보회사로부터 채무 5000만원을 갚지 않으면 주민등록을 말소시킨다는 독촉장을 받고 낙심했다.

B씨는 그때부터 삶을 살아갈 의욕을 잃고 A씨에게 자살하겠다는 뜻을 자주 밝혔고, 이에 A씨는 B씨가 자살할 경우 함께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A씨는 자살 방법을 생각하던 중 지난해 12월27일 자신이 근무하던 약국의 약사들이 모두 퇴근한 틈을 이용해 향정신성의약품인 신경안정제를 약품창고에서 훔쳤다.

그러다가 지난 1월2일 A씨는 B씨로부터 함께 죽자는 말을 듣자, 이에 동의해 동반자살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에 A씨는 B씨와 함께 이날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모텔에 투숙한 후 그곳에서 혼자 소주 1병 반 가량을 마신 B씨로부터 준비한 약을 달라는 말을 듣고, 평소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던 훔친 신경안정제 40알을 건네줬다.

이때 B씨는 30알을 삼켰고, 다음날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

이로 인해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공동자살을 기도하다 생존한 사람으로서 자살을 처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최은배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자살방조, 절도 혐의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자살이 불가벌인 것과 마찬가지로 합의에 의한 공동자살을 기도한 사람에게 자살교사나 방조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의약품 제공 등과 같은 피고인의 적극적인 동조행위로 인해 동거남의 사망이라는 무거운 결과가 발생한 이상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B씨의 자살 의지를 강화하거나 그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한 이상, 비록 동반자살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자살을 방조한 피고인의 행위는 처벌대상이 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경제적 어려움과 자신의 신병을 비관한 피해자의 제의로 동반자살을 결심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피고인에게 1회의 벌금형을 제외하고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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