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판사 출신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이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평소 젊은 판사들을 자주 만나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을 두고, 장외 설전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촛불시위 사건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공판과정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이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은 “판사가 판결로 말해야지 사견을 얘기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하고, 같은 당 손병규 의원은 “너무 나이가 젊은 판사가 재판하는 것에 문제를 느끼는 국민이 많다”고 포문을 열었다.
홍일표 의원은 신 법원장에게 “젊은 판사들이 나이와 경험이 짧아 문제되고 있는데 법원 차원에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자주 만나고, 식사도 하면서 예전 판사들은 이랬다는 것도 얘기해주고 자연스럽게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 중앙지법에 판사 300여명이 있는데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물었다. 이른바‘후배 판사 교육론’이 도마에 오른 것.
◈ 민주당 “사법부에도 재갈을 물리려는 것”
다음날인 10일 민주당은 김유정 대변인 현안브리핑을 통해 “사법부에도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또 송두영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은 5·6공식 사법부 길들이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홍 의원의 발언은 촛불집회에 대해 소신을 밝힌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못마땅했기 때문에 비롯됐다”며 “홍 의원의 말대로 젊은 판사를 만나서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어 “판사들에게 권력의 입맛대로, 한나라당의 입맛대로 판결을 강요하자는 것이냐”며 “전두환, 노태우 정권 당시처럼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망령이 되살아 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홍 의원은 전두환, 노태우 정권시절 초임판사 때 배웠던 못된 버릇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은 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사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꼬리 3년 묻어도 황모(黃毛, 족제비털) 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며 “한나라당 역시 ‘개꼬리’를 10년이나 묻어놓고도 개과천선은커녕 독재정권의 악성 DNA를 아직껏 집착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판사 출신 홍일표 의원(한나라당) ◈ 홍 의원 “발언의미 왜곡에 경악 금치 못하며 분노”
그러자 홍일표 의원이 즉각 반발했다. 홍 의원은 성명을 통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사법권 독립에 대한 인식의 이중성과 평가수준의 저열성, 그리고 발언의미의 왜곡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분노를 느낀다”고 반격했다.
이어 “본인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법관들이 법정에서 함부로 사견을 표출하지 말 것을 가리킨 것이었다”며 “법정에서의 법관의 언행은 재판 당사자들에게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결을 선고하기까지는 엄격히 중립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가져야 함에도, 일부 법관들이 법정에서 함부로 사견을 표출하는 것은 법관으로서의 온당한 태도가 아님을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병국 의원의 촛불집회 재판 담당판사의 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한 점과 손범규 의원의 너무 나이가 젊은 판사가 재판하는 것에 문제를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질의를 종합해 국민들이 법원의 공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선배 법관들이 평소 모범을 보이고, 소통과 교류를 통해 상경하애하는 법원 분위기를 만들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촛불 집회 재판만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고, 이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법관의 평소의 언행과 몸가짐에 대해 한 발언이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그런데 민주당이 이를 소신 판사 길들이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의도적 왜곡이고 국정감사를 정쟁으로 물들이려는 정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기각결정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가,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에 대해선 ‘사법쿠테타’라는 비난과 함께 헌법재판관의 퇴진을 요구했던 전력은 뒤로 감춘 채, (본인 발언) 의미의 왜곡까지 동원해서 사법권 독립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개탄스럽다”고 반격했다.
그는 “민주당의 논평은 이해관계에 따라 사법권독립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달리하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정치관을 가졌다는 반증으로 무자격자에 의한 기만적 언술행위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끝으로 “민주당은 낙인찍고 경계를 구분하고, 분열과 대립을 야기해온 ‘열린우리당’식 정치는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충실하게 국정감사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 두 번째 성명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
뿔난 홍 의원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두 번째 반박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은 허위사실 유포에 사과하라”고 촉구하면서 “이에 불응할 경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홍 의원은 “민주당은 본인의 발언은 촛불집회에 대해 소신을 밝힌 박재영 판사가 못마땅했기 때문에 비롯됐다고 일방적 해석을 내린 뒤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식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비난을 퍼부었다”며 “그러나 이것은 전제된 발언사실을 왜곡, 허위사실로 편집한 뒤 민주당 특유의 입맛에 맞는 재해석을 통해 쟁점화 시키려는 허위와 기만의 모략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은 판사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동료의원의 지적과 관련해 ‘법관이 법정에서 어떤 용어를 사용하고 어떤 견해를 피력하고 하는 것에 대해서 법원차원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허위사실을 전제로 한 뒤 그것도 모자라 편견과 독선에 사로잡힌 해석을 하고, 당리당략적 비난을 하고 있는 민주당은 즉각 사과하라”며 “민주당이 이에 불응할 경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배 판사 교육론’, 민주당 vs 홍일표 의원 장외 설전
“사법부 길들이기” vs “법정에서 사견 표출하는 법관 지적한 것” 기사입력:2008-10-12 15: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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