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로 실려온 환자를 기본적인 검사가 정상이었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도 없이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도록 권유하면서 퇴원시켰으나, 이후 환자가 사망했다면 응급실 담당의사와 병원에게도 사망에 대한 일부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4년 12월19일 새벽 3시경 만취한 상태에서 부산 사하구 소재 나이트클럽의 계단에서 넘어져 실신했고 119구급대에 의해 B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A씨는 의식, 호흡, 동공반응, 통증반응은 있었으나, 정수리 부분이 약간 부어있고, 코에 피가 묻어 있었으며, 구토한 흔적이 있었고, 바지에 오줌을 싼 상태였다.
병원 응급실 담당의사는 A씨의 호흡, 동공반사, 무릎반사 및 외상 유무를 살피고 혈압과 심박동수를 확인하고 정상으로 판단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연락을 받고 온 A씨의 가족들에게 환자가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서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니 3차 병원에서 검사 받을 것을 권유한 채 퇴원시켰다.
그런데 가족들이 A씨를 집으로 데려온 후 방에 눕혔으나 다음날이 되도록 깨어나지 않자 대학병원으로 옮겼고, CT촬영 결과 경막외출혈 등이 발견돼 급히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했으나 2005년 1월13일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씨의 유족들은 “B병원 의사가 망인의 상태를 잘 살펴 적극적인 치료를 하거나 또는 보다 큰 병원으로 전원시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만취한 것으로만 판단해 귀가시킴으로써 그로부터 12시간이나 지난 후 대학병원으로 옮길 때까지 조기에 약물치료를 받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했다”며 B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의료진이 망인의 혈압과 맥박 등 기본적인 검사를 한 후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아 만취상태에 있던 망인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려우니 3차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음에도 가족들이 이를 무시하고 집으로 귀가했으므로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병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부산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김동윤 부장판사)는 최근 A씨 유족이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6456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이 병원에 왔을 당시의 상태로 봐서는 뇌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병원 사정으로 CT촬영을 하지 않은 채 퇴원시킬 때에는 보호자에게 위험성을 주지시키고 환자의 경과를 관찰해 의식악화 등 뇌손상이 의심되는 증세가 계속될 경우 신속히 병원으로 호송하도록 주시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은 가족에게 피고 병원에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니 정확한 진단을 위해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만 말한 채 뇌손상의 가능성이나 CT촬영 등 추가검사의 필요성 등에 대해 충분히 주지시키지 않은 채 퇴원시킨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망인이 피고 병원에서 퇴원한 후 계속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 있었던 점, 이에 대학병원으로 호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사망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망인에 대한 치료시기가 지연된 것이 사망의 한 원인이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당시 기본적인 검사에서 정상이었던 점, 또 망인의 상태를 단순 만취상태와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점, 의료진이 3차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한 점 등에 비춰 보면, 비록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이번 사고의 한 원인이 됐더라도 모든 손해를 피고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의료행위의 특성과 위험성의 정도 등에 비춰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따라서 피고의 배상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큰 병원에 가세요”라며 퇴원…사망 책임 20%
부산지법 “치료시기 지연시켜 사망케 한 의료진 과실책임” 기사입력:2008-10-09 10: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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