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는 주홍글씨?…검찰 엄벌 vs 법원 무죄

검찰 “조폭 과시하며 4억 5500만원 뜯었다”…법원 “용돈으로 줬다” 기사입력:2008-09-30 14:11:57
조직폭력배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기소됐다가 법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 뒤늦게 확인됐다. 수사기관은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며 사업가에게 4억 5500만원을 뜯어 냈다고 기소하며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조직폭력배라는 사실이 주홍글씨(?)처럼 범죄인으로 낙인찍힌 사건. 어떻게 된 사건인지 내막을 살펴봤다.

◈ 조직폭력배가 사업가에 갈취?

검찰은 박OO(46)씨가 1997년 공무원이던 최OO씨를 소개받아 알게 된 후 자신이 간부급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며 위세를 보여 이에 겁을 먹은 최씨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행사해 왔으며, 최씨가 울산에서 재개발사업을 하게 되자 사업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수시로 금품을 갈취해 왔다고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2004년 11월 사업을 하던 최씨에게 “최 사장, 내가 구미에 있는 호텔에서 오락실을 하고 싶은데 나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2000만원을 빌려주면 안 되겠나”라고 말하며, 만일 이에 응하지 않으면 폭행을 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등 위해를 가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며 공갈해 2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2005년 1월 박씨는 최씨의 사무실에 찾아가 “모친이 도박을 해서 집을 날렸는데, 모친이 살 집이 없어서 걱정이다. 최 사장에게 부탁 좀 하자”라고 말하며 1500만원을 받았고, 한 달 뒤에도 “최 사장, 정말 미안한데 모친이 빚이 있는데 처리를 해야겠다. 도움을 한 번 더 주면 안 되겠나”라며 1000만원을 받았다.

그 해 6월 박씨는 최씨에게 “자꾸 최 사장한테 신세만 지고 미안해서 얼굴도 안 서고, 나도 자꾸 돈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러는데, 나도 사업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최 사장이 사업자금을 밀어주면 내가 열심히 해서 잘 살께”라고 말하며 만일 이에 응하지 않으면 어떤 위해를 가할 것처럼 공갈해 2회에 걸쳐 1억 3000만원을 받았다.

또한 2006년 2월에도 박씨는 최씨에게 “추OO 형이 말레이시아에서 오락사업을 하는데 자금이 필요해서 그러니 3억원을 빌려 줘라”고 말했으나, 최씨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험악한 인상을 쓰면서 “야, 돈 좀 있으면 빌려줘라. 형이 갚지 못하면 내가 책임지고 받아 줄께”라고 위협해 1억 80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박씨가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면서 최씨로부터 총 4억 5500만원을 뜯어냈다고 기소하면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 수사기관 무리한 기소 꼬집어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지법 형사4단독 이상오 판사는 최근 공갈, 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해자는 피고인이 조직폭력배라고 위세를 부리면서 평소 협박을 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줬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관련 증인들의 진술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간부급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며 위세를 보이거나, 평소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협박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돈을 줄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협박을 당한 것은 아니고, 귀찮아서 빌려 줬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이 조직폭력배라는 점을 드러내고 험한 행동을 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피해자가 동갑내기인 피고인을 1997년부터 알기 시작해 친하게 지내고, 2003년 여름부터 2006년 여름까지는 자주 만나면서 친한 친구 사이로 지낸 사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조직폭력배임을 알고도 계속 친하게 지내면서 피고인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관계’라고 말한 사실로 볼 때 피고인의 행동에 겁을 먹고 돈을 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이 2006년 1월 피해자가 사는 아파트로 이전해 같은 동네에 살았고, 피해자는 대구의 조직폭력 두목과 골프를 치러 다닐 정도로 폭력배들과 함께 어울리고 다닌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피해자의 진술대로라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돈을 계속 빼앗기면서도 친한 친구로서 교제했다는 것이 매우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피고인 및 다른 조직폭력배 두목과도 친하게 지낼 정도여서 피고인으로부터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돈을 준 것에 대해 전혀 문제를 삼은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출석을 요구해 수 년 전의 금전거래와 관련한 진술을 받은 점 등에 비춰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이 조직폭력배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피고인의 거친 행동이나 말 때문에 공갈 당해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큰돈을 줬다고 도저히 보여지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의 무리한 기소를 꼬집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증인들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울산에서 하던 사업에 도움을 줬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사업에 성공하면 수익금 일부를 주겠다고 평소 수시로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준 돈은 자신의 친한 친구로서 사업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수고비 명목으로 또는 향후의 다른 사업에도 피고인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용돈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편 경찰은 박씨를 수사하면서 S파 두목이라고 공개하고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을 특진까지 시켰던 것으로 알려져 결국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병원 갈 정도 아니면 상해 아니다

이와 함께 상해 혐의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2004년 7월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친구로 지내던 최씨에게 “네가 나를 무시하냐. 오늘 좀 맞아야겠다”고 하면서 발로 배를 1회 걷어차고, 주먹과 손바닥으로 얼굴을 수십 회 때리고, 넘어진 최씨의 온몸을 발로 걷어 차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안면부 좌상 등을 가했다며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와 증인들의 법정진술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뺨을 때리는 등으로 폭행해 피해자의 얼굴이 약간 붓거나 등이 결리는 정도였던 것은 맞다”며 “그러나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어서 파스만 붙이고 말았고, 폭행 이후 함께 차도 마신 사실 등에 비춰 보면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고 나아가 회복을 위해 치료행위가 필요하지 않은 정도로서 상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해죄에 있어서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극히 경미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고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면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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