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축구공 때문에 사망사고…지자체도 책임

대법, 안전시설물 설치하지 않은 지자체 50% 손해배상 책임 기사입력:2008-09-29 12:13:09
축구장 주변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축구장을 넘어 도로에 굴러온 축구공이 자전거 페달에 박혀 넘어지는 바람에 숨진 경우, 축구장과 도로사이에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OO씨는 2006년 6월25일 오후 4시 30분께 자전거를 타고 서울 구로본동 안양 천변에 있는 축구장 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축구장에서는 A씨가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고, A씨가 친구에게 공을 패스하기 위해 멀리 찼는데 공은 축구장 모서리에 튕겨 굴절되면서 축구장을 넘어 박씨가 지나가는 도로로 굴러갔다.

이 축구공은 때마침 자전거를 타고 가던 박씨의 자전거 페달에 박히면서 박씨는 깜짝 놀라 중심을 잃고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쳤다.

박씨는 곧바로 119구급대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두개골 골절 등으로 인한 뇌간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건 축구장과 도로는 구로구청이 시민들의 여가 활용을 위해 설치하고 관리하는 시민공원의 일부. 또 축구장은 에어로빅 교습소로도 쓰이고 단축 마라톤 대회, 구민 걷기 대회, 구민 식목지원 행사 등 각종 행사를 위한 장소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박씨의 유족은 “구로구가 시민공원의 설치 및 관리자로서 축구장과 도로 사이에 충분한 이격거리를 두지 않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수목이나 울타리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구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유족은 또 “A씨가 축구를 하면서 축구장 주변을 지나가는 타인의 안전을 배려해 공을 찰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사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구로구청과 함께 1억 134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박형명 부장판사)는 그러나 지난해 5월 “이번 사고와 같이 이례적인 사고를 예상해 구청이 안전조치를 이행할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양천은 홍수기에 운동장 등이 물에 잠기기도 해 물의 흐름에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물 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시민공원에 울타리와 같은 시설의 설치에 제약이 있고, 또 축구장과 도로가 바로 붙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축구장과 도로 사이에 수목이나 울타리 같은 시설이 돼 있지 않은 것만으로 구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 사고는 이례적인 경우로 이에 대비해 축구장 주위에 울타리를 설치하면 축구하는 사람들이 울타리에 부딪혀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고, 또 축구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이격거리가 좁다는 이유로 축구장을 폐쇄하면 오히려 시민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게 돼, 원고 주장과 같은 조치를 이행할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과실과 관련, 재판부는 “축구를 하는 사람은 자기가 찬 공에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A씨가 찬 공이 직접 망인이나 자전거를 맞춘 것이 아니라, 공이 도로를 굴러가다가 자전거 페달에 박히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이런 이례적인 상황까지 예측해 공을 찰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구로구에 대해서는 “축구장과 도로를 함께 설치할 경우 당연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성에 대비해 이격거리를 충분히 두거나 울타리 등을 설치했어야 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숨진 박씨도 축구공이 도로로 굴러올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던 점과 안전모를 쓰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구로구의 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해 49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자 이번엔 구청이 상고했고, 대법원 제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최근 숨진 박씨의 딸이 서울 구로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구로구는 시민공원 설치 및 관리상 하자가 있는 만큼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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