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원이 차량 밑으로 들어간 고양이를 꺼내려고 차량 밑으로 들어갔다가 차량이 움직여 깔려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일하던 A(62)씨는 2006년 7월 버려진 고양이를 주유소 창고 내에 밥그릇을 놓고 먹이를 주며 기르다가, 주유소 소장이 고양이를 창고에서 치울 것을 지시해 주유소 옆 화단에서 돌보아 길렀다.
그러던 중 2006년 8월10일 유조차 운전기사는 주유소 저유탱크에 기름을 넣고 유조차를 주유소 내 화단 옆 공터에 주차시켰다가 유조차를 출발하려 했다. 이때 A씨가 유조차 밑에 고양이가 들어가 있으니 고양이를 꺼낸 다음 출발하라고 말했다.
이에 유조차 운전기사는 10분 뒤 출발하기 위해 다시 유조차 쪽으로 왔는데, A씨가 계속 고양이를 불렀으나 고양이는 머리만 밖으로 내밀고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A씨는 할 수 없이 유조차 뒷바퀴 밑에 숨어 있는 고양이를 꺼내려고 차 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를 알지 못한 운전기사는 ‘유조차를 움직이면 고양이가 놀래서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유조차를 출발시켰다.
불행하게도 A씨는 이 주유차에 깔려 숨지고 말았다. 이에 A씨의 아내 B(60·여)씨가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고양이를 보살펴 주는 행위 및 유조차 밑에서 고양이를 꺼내는 행위 등은 주유원의 업무 범위 내의 행위라고 할 수 없는 사적인 행위”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B씨는 “사고가 업무시간 내에 업무장소에서 발생한 것이고, 망인이 주유소를 떠돌던 버려진 고양이를 잠시 보살펴 왔더라도 유조차 밑으로 들어간 고양이를 꺼내려던 것은 주유소 내 차량의 진입 또는 출입의 안전을 위해 수행한 통상의 업무에 부수되는 행위인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실제로 A씨는 차량주유, 유류대금 수금 업무 외에도 주유소 바닥을 청소하거나, 주유소 내에서 차량통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는 최근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B씨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의 평소 주된 업무는 원고의 주장과 같고, 또 비록 유조차 밑에 들어간 고양이가 망인이 주유소 옆 화단에서 먹이를 주며 기르고 있던 버려진 고양이였으나, 사업주인 소장은 망인에게 주유소 창고에서 고양이를 기르지 말라고 지시했을 뿐, 주유소 화단에서 기르는 것은 사실상 방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고양이가 화단 옆에 주차돼 있던 유조차 밑으로 들어가게 돼 유조차의 출발에 방해가 됐고, 이에 망인으로서는 평소 업무에 비춰보면 유조차가 신속히 출발할 수 있도록 고양이를 치워야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망인의 행위는 사적인 취미활동 등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유원으로서 수행할 의무가 있는 차량진행 및 장애물 제거 등의 부수적 업무 범위 내에 드는 행위로 볼 수 있고, 이는 고양이가 망인이 돌보아 기르던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사고는 망인의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차 밑 고양이 꺼내려다 숨진 종업원 업무상재해
“차량이 신속히 출발할 수 있도록 고양이를 치워야 했기에” 기사입력:2008-09-26 10: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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