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어린이가 이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일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0년 5월15일 박OO(9)양은 경북 경주시 서악동의 집 앞 도로에서 한 살 아래 동생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는데, 이때 갑자기 달려든 지프차량이 동생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동생은 팔과 다리, 치아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장면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박양은 이후 말을 하지 않는 함구증,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수면장애, 대인관계 철수 등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박양은 학업성적이 급격히 저하되고 정상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뿐만 아니라 박양은 사고 목격 3개월 후에는 원형탈모 증세까지 보여 치료를 받기도했다.
이에 사고 차량 보험사는 박양에게 1300만원, 박양의 동생에게 43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손해에 비해 적은 액수라며 추가금 지급을 요구하자 보험사가 더 이상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점을 확인 받기 위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사자에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인정해 3400만원, 목격자인 박양에게 2800만원 및 위자료 명목으로 나머지 가족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으나, 항소심인 대구고법은 목격자인 박양의 경우 교통사고와 정신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양이 사고로 인해 어느 정도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임은 인정되나, 사고가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의 대형사고가 아닌데다, 박양의 경우 직접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단지 목격했음에 불과하므로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만으로 정신장애를 입게 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렵고, 따라서 박양의 정신장애는 전적으로 본인의 성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박양과 가족들은 상고했고,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지난 9월11일 상고를 받아들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양은 동생이 갑작스럽게 달려든 사고차량에 치어 전신에 걸쳐 3군데의 골절상 및 치아 파절상 등을 입는 광경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며 “당시의 사고 상황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만 9세 정도에 불과한 박양이 이로 인해 상당한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양이 직접 외상을 입지는 않았더라도 가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을 목격함으로써 받게 된 고통과 정신적 충격이 ‘외상적 사고’로서 작용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병원인이 될 수 있음은 의학적으로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또 “실제 박양의 경우 사고 약 3개월 후 원형탈모 증세로 치료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사고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의 판단과 같이 직접 외상을 입지는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상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학적 전문분야에 속하는 감정결과를 배척하고 교통사고와 후유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1심과 원심의 촉탁에 의해 전문의사가 시행한 박양에 대한 신체감정결과가 모두 사고와 박양의 장애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막연한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박양의 정신장애가 전적으로 사고 이외의 원인에만 기인한 것처럼 인과관계를 전면 부인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고 목격한 아동 정신적 충격도 손해배상 대상
대법, 사고 당사자 아니어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인정 기사입력:2008-09-24 09: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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