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폭우로 배수로 범람…자치단체 책임 없어

김창권 판사…농민, 제주특별시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패소 기사입력:2008-09-17 10:47:22
배수로가 범람해 유수가 비닐하우스를 덮쳐 유실됐더라도, 태풍으로 인한 강우가 1000년 빈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면 지방자치단체가 배수로 범람에 따른 유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이OO(50)씨는 김OO씨 소유인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밭을 임차해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농사를 지었다.

이 곳은 우기가 되면 침수피해가 자주 발생해 제주특별시는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02년 11월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고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총길이 4.3km의 배수로 중 제1공구 1.8km를 확장했다.

이후 2006년 3월에는 이씨가 경작하는 밭에 연접한 부분을 포함한 제2공구 1.7km를 확정하는 공사를 시행하게 됐다. 그런데 제주시가 농지 소유자인 김씨에게 보상협의를 요청했으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제주시는 지난해 6월까지 이씨가 경작하는 밭과 연접한 배수로 구간을 제외한 부문에 대해서만 확장공사를 했다. 확장공사 이전의 배수로는 폭 1m, 깊이 1m 정도였는데, 확장공사 이후의 배수로는 폭 6m, 깊이 3m로 넓고 깊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9월16일 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 ‘나리’가 제주지역을 통과하면서 배수로에 유입된 물이 하류로 흘러가다 이씨가 경작하는 농지 부분으로 범람해 브로콜리 묘종을 경작하던 이씨의 비닐하우스가 유실됐다.

그러자 이씨가 “농지에 유수가 범람할 것에 대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해 비닐하우스가 유실돼 손해를 입은 만큼 247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제주지법 김창권 판사는 최근 이씨가 제주특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의 배수로 확장공사에서 제외된 원고의 농지와 연접한 구간의 배수로에서 유수가 범람해 농지로 흘러 들어가 비닐하우스가 유실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이 배수로는 국립방재연구소의 소하천시설기준에 의거 35㎥/s를 기준으로 설계됐다”며 “그런데 태풍 ‘나리’ 당시 강우가 1000년 이상 빈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린 점 등을 고려하면 농지로 유수가 유입됐더라도 배수로에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안정성을 결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태풍 당시 최대 풍속 48m/s의 바람이 불었고, 신촌리 인근의 창고 건물 등이 바람에 의해 파손되기도 한 점을 감안하면, 원고 비닐하우스의 유실이 유수의 범람으로 인한 것이라 단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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