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신을 무시하며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고, 또 수시로 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심지어 면전에서 내연녀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 남편을 살해한 4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40·여)씨는 1996년 B(47)씨와 결혼해 슬하에 딸(12)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B씨는 결혼한 후 특별한 직업이 없이 지내다가 지난해부터는 집을 떠나 충주에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면서 다른 여자를 사귀는 등 가정을 돌보지 않아 A씨는 식당 등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B씨는 술을 마시면 수시로 A씨를 폭행했을 뿐 아니라, 지난 6월부터는 나이트 클럽 일마저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술을 마시면 내연녀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달라고 술주정을 하거나, A씨와 딸을 폭행했다. 이에 A씨는 남편 B씨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6월22일 B씨는 A씨와 함께 밤 12시경에 집에 귀가했는데, 딸이 자지 않고 현관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이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 뭐하냐”고 나무라며 딸의 얼굴을 수 회 때렸다.
이에 A씨가 말리자, B씨는 “네가 뭔데 말리느냐”며 A씨의 머리채를 잡아 머리를 벽에 밀치고 발로 옆구리를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그러더니 B씨는 새벽 5시까지 방에서 술을 마시면서 내연녀에게 수십 회에 걸쳐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만나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내연녀가 거절하자, 화가 난 B씨는 “내일 첫차로 가서 죽여버리겠다”는 등 욕설을 하고, 이를 말리는 A씨의 머리를 술잔으로 내리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남편의 계속되는 폭행을 참다못해 격분한 A씨는 이날 새벽 5시 30분경 주방에 있던 흉기를 꺼내들고 안방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잠이 든 남편의 머리를 망치로 2회 내리쳤다.
이에 남편이 충격에 몸을 뒤척이며 숨을 헐떡이자, A씨는 이번엔 흉기로 남편의 목 부위를 5회 그리고 복부를 3회 찔러 그 자리에서 두부손상 및 다발성 자창으로 사망하게 했다.
결국 A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김재승 부장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람의 생명은 국가나 사회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최상의 가치이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며 “피고인이 비록 피해자로부터 평소 수시로 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자고 있는 피해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고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범행이 정당화 될 수 없는 만큼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는 평소 술을 마시면 피고인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고 폭력을 행사했으며, 피고인의 면전에서 수회에 걸쳐 내연녀에게 전화를 하면서 그녀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상식에 반하는 언행으로 피고인을 무시하고,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끼게끔 하는 행동을 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로 인해 피고인은 오랜 기간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등 도저히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과 절망감에 빠져 있던 중, 피해자가 딸에게마저 폭력을 행사하자 평소 마시지 못하던 술을 마시고 충동적·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후 자수했으며, 진심으로 범행을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런 범죄 전력도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모욕과 폭행 일삼은 남편 살해한 주부 징역 7년
부산지법 “인격적인 모멸감 받았더라도 살인 정당화 안 돼” 기사입력:2008-09-10 12: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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