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도 불만을 표출하며 감정적인 충돌을 빚다가 집을 나가 친정에서 머무르는 아내와 이런 아내를 배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금전적으로 인색하게 굴면서 부부싸움 중 손목을 잡아당기는 폭행을 가한 남편 중 누구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을까.
법원에 따르면 A(36·여)씨와 B(40)씨는 3개월 가량 교제한 후 지난해 3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B씨가 거주하는 인천의 신혼집에서 동거하기 시작했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A씨는 결혼준비 과정에서 혼수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 및 친구들에게 금전적으로 인색한 태도를 보이는 B씨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다.
결혼식 전날에도 A씨가 친정인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왔음에도 B씨가 호텔을 예약하지 않아 모텔에서 숙박을 하고, 결혼식 당일에도 신부화장을 돕는 친구들에 대한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 A씨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B씨가 폐백 절 값을 임의로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신혼여행경비를 현금으로 준비해 오지 않는 점 등에 대해 A씨는 불만을 표시했다.
B씨도 A씨의 이런 태도와 결혼식 비용 등의 문제로 A씨에게 불신을 갖게 돼 이들은 신혼여행에서도 원만히 지내지 못했다.
더욱이 A씨와 B씨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결혼생활에서도 서로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가 계속돼 자주 다투어 제대로 성생활을 가지지도 못했다.
이에 A씨는 B씨와 다툼이 생기면 수시로 짐을 싸서 친정으로 내려가겠다고 말했고, 약 2개월의 결혼기간 중 친정아버지 생신, 친구 문상, B씨와의 불화 등의 이유로 2주 이상 창원에 있는 친정에서 머무르다 돌아오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이런 태도에 불만을 갖고 A씨가 생활비를 요구하면 신뢰가 없다는 이유로 결혼생활 동안 제대로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필요한 경비를 직접 지출하거나 용돈 명목으로 돈을 입금해 줬고, 달리 A씨가 인천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도록 배려하지 않았다.
둘의 불신은 쌓여갔고 이로 인해 자주 싸우다가 지난해 4월22일 부부싸움 도중에 B씨가 A씨의 손목을 심하게 잡아당겨 A씨의 손목에 멍이 들기도 했다.
이들의 불화에 5월14일 양가 어머니들이 만나기도 했으나 양가 집안의 불신만 심화되다가 열흘 뒤 부부싸움 끝에 A씨가 친정으로 내려감으로써 별거에 들어가며 이혼소송을 냈다.
A씨는 “피고가 가족 및 친구들에게 인색하게 굴고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으며 싸움 중에 폭행을 가하고 친정으로 가라는 폭언을 했으며 성기가 발기되지 않아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등 피고의 잘못으로 사실혼관계가 파탄났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5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B씨도 “생활비는 직접 지출하고 원고에게 용돈도 줬고, 2개월 간의 결혼생활 동안 원고가 3회에 걸쳐 보름 이상을 친정으로 내려갔고, 불화로 부부관계가 단절됐을 뿐 성관계를 갖지 않은 것은 아니며, 원고 및 가족이 폭언을 퍼붓고 작은 다툼만 있어도 친정에 가겠다고 말하며 결국 짐을 싸서 집을 나가버려 혼인생활이 파탄났다”며 역시 5000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 5000만원 위자료 청구 기각
인천지법 제1가사부(재판장 김현미 부장판사)는 최근 A씨와 B씨가 서로 쌍방에게 혼인파탄 책임을 물어 제기한 각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혼인파탄의 책임이 절반씩 있다”며 양측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와 피고는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으나 결혼식을 올리고 동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대내외적으로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유지한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할 것인데, 잦은 다툼 및 별거로 인해 현재 사실혼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혼관계가 파탄난 것은, 원고와 피고가 결혼생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원고는 친정에서 지내며 사소한 일에도 불만만 표출한 채 감정적인 충돌을 빚다가 집을 나가 관계를 파탄 낸 잘못이 있고, 피고는 원고를 배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금전적으로 인색하게 굴면서 부부싸움 중 원고의 손목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을 가한 잘못이 있다”고 쌍방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의 사실혼관계가 파탄된 데에는 양쪽 모두에게 대등한 책임이 있다고 보이고, 어느 한쪽 당사자에게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 및 피고의 각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친정 가는 아내 vs 돈 안 쓰는 남편…이혼책임은?
인천지법, 양측 위자료 청구소송 모두 기각…부부 절반씩 책임 기사입력:2008-09-10 10: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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