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과 외도 일삼은 남편 살해한 아내…징역 3년

부산고법 “친자식처럼 키워 온 남편 혼외 아들이 선처 간절히 바래” 기사입력:2008-09-08 15:24:33
수십 년 동안 폭언과 폭행뿐만 아니라 외도를 일삼은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40대 여성에게 항소심 법원도 딱한 사정을 참작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49)씨는 1980년 B(55)씨와 결혼했는데 B씨는 결혼 5년 후 탄광에서 일을 하다가 실직했다.

이후 B씨는 생업을 등한시 한 채 술과 혼외정사 등을 하면서 자신의 외도행위를 감추기 위해 오히려 아내 A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면서 술만 마시면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A씨는 남편이 자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알고도 23년 동안이나 참고 생활해 왔다.

심지어 A씨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이에서 낳아 온 아이를 호적에 입적시켜 23년이나 친자식처럼 부양했을 뿐만 아니라 B씨의 실직 후 노점상, 포장마차, 오락실 운영 등을 전전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또한 A씨는 2004년 초 남편의 폭행을 피하려다 옥상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져 엉덩이뼈로 이식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등 남편의 주벽과 의처증 및 잦은 폭행 등으로 인해 우울증과 불면증 등을 앓게 돼 2004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입원까지 하면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6일 A씨와 B씨는 경남 통영시 평림동 자신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런데 이때 B씨는 1개월 전부터 성관계를 가지며 만난 여자와 같이 살겠다고 하며 A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A씨는 그 여자와의 관계를 끝내면 없었던 일로 해 주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B씨는 “이혼을 해주지 않으면 그 여자를 첩으로 데리고 살겠다. 너한테는 정이 하나도 없다. 무조건 싫다”고 말했다. 심지어 B씨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옷장에서 넥타이를 갖고 나와 술에 취하고 수면제까지 복용하고 잠이 들어 있던 B씨의 목을 감은 뒤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B씨가 순간 잠에 깨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반항하자, A씨는 넥타이를 더욱 힘껏 잡아당겨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남편을 사망케 했다.

결국 A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창원지법 통영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홍광식 부장판사)는 지난 3월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남편으로부터 폭언 등을 당하자 순간 격분해 수면제를 복용해 항거불능인 남편의 목을 졸라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비록 피고인이 가정폭력의 희생자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평생 자신의 손으로 남편을 살해했다는 정신적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등 이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볼 여지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인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우성만 부장판사)는 최근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남편인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범행방법이 의도적이고, 죄질 및 범정이 좋지 않은 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결과가 중대한 점, 피해자의 형이 엄벌을 희망하고 있는 점에서, 피고인의 죄책이 무거워 엄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외도를 일삼는 남편으로부터 오히려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해온 점, 피해자의 주벽과 의처증 및 잦은 폭행 등으로 우울증과 불면증 등을 앓게 돼 입원치료까지 받은 점, 피해자가 다른 여자와 사이에서 낳아 온 아들을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켜 친자식처럼 부양했을 뿐만 아니라, 한 달 전에 또 다시 외도를 한 피해자가 오히려 이혼을 요구하며 차마 여자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욕설까지 듣고 범행을 저지른 점은 정상참작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범행 직후 곧바로 112에 신고하고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친자식처럼 키워 온 아들이 선처를 간절히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겁다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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