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다”는 말에 미용실 여주인 살해한 30대

1심 징역 10년→항소심 징역 8년…심한 죄책감에 자살시도 기사입력:2008-09-04 10:12:01
미용실에 머리를 감으러 들어갔다가 여주인으로부터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격분해 마구 때려 실신케 한 뒤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까봐 앞치마 끈으로 목을 감아 숨지게 한 30대에게 항소심 법원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OO(36)씨는 2003년 6월30일 오전 11시경 자신의 머리가 지저분 하자 평소 2∼3회 가량 머리를 깎은 적이 있는 대구 수성구 지산동 A(39·여)씨의 미용실에 머리를 으러 들어갔다.

김씨는 A씨에게 머리를 좀 감자고 부탁하면서 머리감는 쪽으로 가던 중 A씨가 “첫 손님인데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고 말하자, 김씨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배를 차 A씨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게 했다.

A씨가 기절해 정신을 잃은 모습을 보자 순간적으로 당황한 김씨는 A씨가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어 신고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A씨를 미용실 방 입구로 옮긴 후 앞치마 끈으로 A씨의 목을 감아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케 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지난 3월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방법이 잔혹하고 범행결과도 중함에도, 수사의 용의선상에 올라 수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범행을 부인하며 알리바이를 둘러대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도록 한 점,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죄질은 극히 무거워 그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씨는 “피해자의 모욕적인 언행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그 동안 심한 죄책감으로 우울증 증상까지 보이는 등 마음의 짐을 안고 지내온 점,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부모와 처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인 점 등에 비춰 1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최근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8년을 선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미용실에 갔다가 피해자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사소한 이유만으로 평소 아무런 원한관계가 없던 피해자를 폭행하고, 그로 인해 정신을 잃은 피해자의 목을 끈으로 감아 살해한 것으로 범행방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밝혔다.

또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를 발생했고, 갑작스런 피해자의 사망으로 그 남편 및 자녀가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한 점, 피고인이 용의선상에 올라 수 차례 조사를 받으면서도 범행을 부인해 약 4년 동안 사건을 미제상태로 남게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나중에 범행을 모두 시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남편과 원만하게 합의한 점, 피고인이 자신을 모욕하는 듯한 피해자의 말에 순간적으로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그 동안 피고인도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살을 시도하는 등 괴로워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는 등 병약한 노부모와 처, 어린 딸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선고된 형량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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