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하고 난 이후에야 아내가 과거에 사실혼 관계였던 남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있었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쉽게 혼인을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A(38)씨는 지난해 1월부터 B(34·여)씨를 자주 만나며 친하게 지내다가 4월부터는 B씨가 거주하는 원룸의 월세를 자신이 지불하면서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B씨가 임신을 했고, 그러자 B씨는 혼인신고서를 준비해 와서 혼인신고를 강요하는 바람에 A씨는 지난해 10월2일 혼인신고를 하게 됐다.
이후 B씨에게는 여러 남자들로부터 연락이 자주 오는 등 A씨에게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
이에 A씨가 남자들과의 관계를 추궁해 B씨에게 과거 동거한 남자가 있었고, 또 다른 남자와는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 두 아이까지 낳은 엄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결국 A씨는 위 혼인신고는 B씨의 사기에 의한 것이므로 혼인취소사유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지법 가정지원 가사1단독 최종우 판사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혼인의 취소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혼인의 무효나 취소는 이혼과는 달리 당사자들에게 그 처분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고 혼인생활 내지 혼인으로 인한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해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의 피고와의 혼인의 의사표시는 피고가 원고의 아이를 임신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고, 혼인신고 이후 원고와 피고가 합의해 태아를 지운 사실은 다툼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원고의 혼인의 의사표시에 이르는 과정에 어떠한 기망도 있다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기망의 내용은 피고의 과거 남자관계 및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 혼인의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판사는 그러면서 “만약, 일반적으로 배우자의 과거의 이성관계나 학력, 경제적 사정 등에 관해 혼인 전에 속이거나,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쉽게 혼인취소사유로 인정한다면 가정평화와 친족상조의 미풍양속을 유지 향상하기 위한 가사관계법의 기초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따라서 원고의 혼인의 취소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아이 엄마인 사실 뒤늦게 알아도 혼인취소 못해
최종우 판사, 아내 상대로 낸 남편의 혼인의 취소 소송 기각 기사입력:2008-08-29 14: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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