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이혼하기 위해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에 들어간 상태라면 이후 간통을 할지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결혼 26년째인 A(여)씨는 지난해 1월 남편 B(57)씨의 폭행 등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B씨도 아내 A씨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A씨는 이혼소송 중인 지난해 4월 12일 집을 나와 별거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남편 B씨가 다른 여자와 간통한 사실을 알고 고소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태의 판사는 지난해 12월 B씨의 간통 혐의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B씨는 “간통 고소 전에 이미 서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에 이르렀으며, 지난해 4월 3일 가사조사관의 조사기일에 이미 이혼에 합의하는 등의 사정에 비춰 볼 때 A씨에게는 고소권이 없다”며 항소했다.
실제로 가사조사관이 3회에 걸쳐 면접조사를 실시한 후 작성해 제출한 조사보고서에는 “쌍방이 이혼에는 뜻을 같이 했으나,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에 있어서 의견차이가 좁혀질 수 없었기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형법 제241조는 간통시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되, 이혼에 대한 의사가 합치를 이룬 때에는 간통에 사전 동의한 것으로 판단해 고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임종헌 부장판사)는 지난 4월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와 B씨가 서로 상대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에 이른 것은 A씨가 B씨에 대해 무조건적인 이혼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기보다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음이 인정됨을 조건으로 하는 이혼의사를 표명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사조사관의 조사보고서에 위와 같은 기재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간통 사건 이전에 이미 A씨와 B씨 사이에 잠정적·조건적인 이혼의사의 표출을 넘어 간통종용의 의사가 포함된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최근 B씨에게 유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당사자가 더 이상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의사의 명백한 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법률적으로는 혼인관계가 존속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간통에 대한 사전 동의라고 할 수 있는 종용에 관한 의사표시가 그 합의 속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혼의사의 명백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반드시 서면에 의한 합의서가 작성된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언행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아 혼인당사자 쌍방이 더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었던 사정이 인정되고, 어느 일방의 이혼요구에 상대방이 진정으로 응낙하는 언행을 보이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이혼소송 계속 중 가사조사관 앞에서 쌍방이 비록 위자료, 재산분할 등에 관해 의견차이가 있었지만 각자 이혼의사를 명백히 진술했다면 적어도 이혼에 대해서는 명백한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혼의사가 합치되고 별거에 들어간 이후인 지난해 4월 22일자 간통행위인 이 사건 공소사실은 결국 A씨가 B씨의 간통을 종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A씨의 고소는 간통죄에 대한 적법한 고소라고 할 수 없어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 이혼소송 중 외도는 간통죄 성립 안 돼
“이혼의사가 합치된 경우 간통을 종용한 경우에 해당” 기사입력:2008-08-18 15: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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