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성추행을 당한 이후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학에 다니던 A(34)씨는 스무 살이던 1994년 8월 육군에 입대했다. 그런데 A씨는 입대한지 3개월 후부터 선임병으로부터 수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성추행 사실을 부대에 신고했고, 이로 인해 선임병은 헌병대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가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성추행 신고 사실이 부대원들에게 알려지면서, A씨에게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평소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 등에 별다른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 사건 이후 부대원들이 자기를 따돌리는 느낌과 남들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A씨는 “누군가 내 밥에 독을 넣었다” “전화를 도청하면서 나를 죽이려고 감시하고 있다”는 등 횡설수설했다.
또 잠을 자지 못하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증상을 보여, 결국 입대 10개월만에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고 의병 전역했다.
하지만 A씨의 증상은 의병 제대한 이후에도 호전되지 않았다. 과대망상 및 환청에 시달리는 등으로 정신분열증상이 만성화돼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A씨는 2006년 10월 “선임병의 성추행 및 부대원들의 ‘왕따’로 인해 정신분열증이 발병했다”며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등록 신청을 했다.
반면 보훈청은 “일반적으로 정신분열증은 단일한 사건이나 사회적 경험으로 발병한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A씨 주장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A씨는 법원에 호소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함종식 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A씨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함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비록 원고가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면서 고집이 세고 산만하며 안정이 잘 안 되고 잘 잊고 다니는 경향이 있었다고는 하나, 군에 입대할 당시까지 정신과적인 질환으로 치료받았거나 특이한 행동을 한 바가 없다는 점에 비추어, 원고의 위와 같은 성격을 정신적 질환에 이를 정도의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원고가 성추행을 당하고 선임병을 부대에 신고해 피해자로서 헌병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원고가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당히 심했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정신분열증 발병 시기가 성추행 사건 및 그로 인한 조사와 처분이 있은 뒤 얼마 후로서 정신분열증 발병에 성추행 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함 판사는 “의학적 소견들도 원고가 당한 성추행 사건 등이 정신분열증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병은 선임병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 부대에 신고하고 피해자로 헌병대에서 조사를 받고 선임병이 전출을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함 판사는 “따라서, 원고의 정신분열증은 군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소정의 ‘공상군경’에 해당하는 만큼,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군대내 성추행으로 정신분열증…국가유공자 인정
서울행정법원 “성추행 이후 겪은 스트레스로 발병…공상군경 해당” 기사입력:2008-07-25 1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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