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후배 경찰 고위간부들을 동원해 축소 또는 은폐하려 시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재벌그룹 회장의 아들과 관련한 폭행사건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한화그룹 비서실 직원들과 경호원 등을 동원해 피해자들을 납치하고 감금해 보복폭행을 감행한 사건을 그룹 차원에서 돈과 권력, 인맥을 총동원해 회장 및 그 아들과 관련된 보복폭행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에 적극 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청장으로서 경찰조직의 총수의 지위에 있었던 것을 이용해 남대문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동원해 사건의 은폐 또는 축소를 시도한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돈과 권력 앞에서는 수사기관도 무력하며, 결국 힘없는 일반 서민들만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줘 수사기관의 공정성, 청렴성 및 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등 죄질이 중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다른 한편 피고인은 한화건설 고문의 지위에서 그룹 회장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그룹 고위임원들의 부탁을 받고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고인이 한화로부터 고문으로서 보수 외에 금품을 받지 않았고, 남대문서장이나 서울경찰청장 등에게도 금품을 주지 않았으며,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후배 경찰관들로 하여금 불이익을 입게 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아울러 피해자들을 감금하고 보복폭행을 가하는 등의 범행을 저지르고 그룹 임원진들을 동원해 사건의 은폐 내지 축소를 시도하는 등 이 사건의 발단을 제공해 가벌성이 더 중하다 할 수 있는 김승연 회장이 이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 1심 “엄벌 필요해 실형 선고”
최 전 경찰청장은 지난해 3월 12일 고교후배로 절친한 사이인 장희곤 남대문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화를 상대로 한 수사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로 청탁하고, 이에 장 서장은 수사과장에게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
또 사건이 무마되지 않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별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자, 최 전 청장은 홍영기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며 부탁하는 등 사건이 남대문경찰서로 이첩되는 과정에서 청탁했다.
이로 인해 한화그룹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지난 1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구 판사는 다만 “최 전 경찰청장이 범죄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다투고 있어 항소가 예상되는 만큼, 항소심에서도 자유로운 상태에서 주장과 입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었다.
당시 구 판사는 판결문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산하에 광역수사대가 설치된 것은 권력이나 금력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어 경찰서에서 처리하기 부적절한 중요사건을 수사능력이 우수한 경찰들로 하여금 로비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을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경찰서로 이첩하도록 청탁한 것은 범죄수사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경찰청장을 역임한 피고인은 사회의 비리나 부조리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척결하고 단죄하며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돈과 권력, 인맥을 총동원한 재벌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경찰고위간부들을 동원해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에 적극 가담한 것은 죄질이 나쁘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비록 경찰관으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했고, 또 한화그룹 고문의 지위에서 회장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그룹 고위임원들이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엄중하게 처벌하지 않을 수 없어 실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었다.
보복폭행 무마 청탁 최기문 전 경찰청장 집행유예
실형 선고한 1심 깨고…항소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기사입력:2008-07-24 19: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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