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경우에도 사망 보험금을 줘야 하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이번 판결은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앞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온 보험사들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 △△경찰서 소속 경찰관이던 황OO씨는 1998년 담낭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2006년 8월초부터 심한 변비, 상복부 통증 등을 느껴오다가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대학병원에서 입원했다.
검사결과 황씨는 담낭암 말기(4기, 암이 임파선과 뼈 등 전신으로 전이된 상태)로서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는 불가능한 상태이고, 약물치료만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황씨는 치료를 포기하려고 했다가 가족을 생각해 항암치료(약물치료)를 받으면서 투병생활을 했으나 병세는 호전되지 않은 채 오히려 암의 전이가 진행되면서 수시로 구토를 하는 등 갈수록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됐다.
또한 치료과정에서 황씨는 담당의사로부터 담낭암은 완치가능성이 희박하고 치료 효과가 있을 경우 1년 정도, 효과가 없으면 6개월 정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을 듣기도 했다.
그러던 중 황씨는 암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3월 19일 어머니 집에서 어머니가 없는 틈을 이용해 베란다 빨래건조대에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고 말았다.
한편 황씨는 목숨을 끊기에 앞서 지난해 2월 경찰공무원들을 가입자로 하는 H보험사의 공무원복지단체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이에 황씨의 유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H보험사는 “가입자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약관에 규정돼 있다”며 질병 사망 보험금 8000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법 민사2단독 김규태 판사는 최근 H보험사가 황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유족들에게 보험금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망인은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암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른 만큼 망인의 질병과 사망(자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밝혔다.
이어 “가입자가 자살한 경우 보험사의 면책을 규정한 보험약관의 취지는 자살의 경우에는 자기가 손해를 발생시켜 이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신의성실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사행성으로 인해 보험금의 취득을 노린 인위적인 보험사고를 방지할 필요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따라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사회적·법적 인과관계로서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보험사 면책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규정의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이 사건과 같이 망인이 암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돼 그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보험사의 면책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황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질병 고통 견디다 못해 자살해도 보험금 줘야
김규태 판사 “자살의 경우 보험금 지급 않는 보험사에 제동” 기사입력:2008-07-07 16: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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