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술 마신 뒤 사라진 돈…범인은 누구?

청주지법 “간접증거와 거짓말탐지기만으로 유죄 어려워 무죄” 기사입력:2008-06-18 14:25:07
방안에 있던 현금이 없어졌더라도 친구가 현금을 훔쳤을 것이라는 정황상 간접증거만 있을 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손OO(38·여)씨는 지난해 5월 19일 0시경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친구 박OO(여)씨의 집에서 박씨의 남편 김OO씨와 함께 셋이서 술을 마시던 중 방안 옷걸이에 걸려있는 박씨의 잠바 안주머니에 있던 현금 160만원을 몰래 꺼내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심인 청주지법 형사4단독 정택수 판사는 지난 1월 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손씨에게 “박씨와 김씨의 법정진술과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는 “현금이 없어지기 전에 방안에 들어간 외부인은 피고인 밖에 없었고,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거짓반응이 나왔으나 이를 부인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비록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증거들에 의해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석동규 부장판사)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 다만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현금을 보았던 때로부터 현금이 없어진 것을 알기까지 사이에 피고인이 현금이 있던 방안에 두 차례 들어간 사실이 있는데, 그 때 피고인이 현금을 훔쳤거나 술자리가 끝난 뒤 김씨가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가고 피해자가 설거지를 하는 사이에 현금을 훔쳤을 것이라는 간접적인 증거들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방안에 들어가 머문 시간도 1∼2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고, 현금이 있던 방의 문은 열려 있어 피해자 등이 방안을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피고인이 그 짧은 시간에 현금을 훔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피고인이 현금을 훔쳤다면 당시 입었던 의복에 비춰 하의 주머니에 현금을 가지고 있었을 것임에도 김씨는 집에서 나와 노래방에서 피고인과 블루스를 췄는데 피고인의 하의 부분에서 특별히 돈 뭉치 같은 것이 만져진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점 등에 비춰 현금을 훔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세 번의 기회 이외에 당시 피고인이 현금을 훔칠 기회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검사의 주장과 같이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거짓반응이 나오고 피고인이 강하게 범행을 부인하지 않았더라도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는 매우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설령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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