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에 싼 흉기 갖고 택시 탄 경우 ‘죄’ 될까

부산지법 “운전자폭행 혐의 30대 무죄…협박 의사 없어” 기사입력:2008-06-18 10:00:16
택시 승객이 기사와 말다툼을 하다가 화가 나 신문지에 싼 흉기를 들이댔더라도, 처음 택시에 승차한 후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지 않았다면 흉기로 협박한 운전자 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고소사실에 따르면 박OO(39)씨는 지난 2월 16일 새벽 5시경 부산 전포동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직장 동료를 만나기 위해 최OO(37)씨가 운전하는 택시의 뒷좌석에 탑승해 범일동으로 향했다.

그런데 박씨는 가던 도중 지름길이 있으면서도 먼 길로 우회해 운행한다는 이유로 최씨에게 욕설을 하며 손으로 택시의 유리창을 수회 치고 갖고 있던 흉기로 최씨의 어깨 뒤편에 겨누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최씨는 박씨가 지시하는 대로 택시를 운전하다가 택시에서 뛰어내려 팔꿈치를 다쳤다.

이로 인해 박씨는 운전자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박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직장상사를 만나러 갈 생각으로 신문지에 싼 흉기를 들고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길을 돌아가는 것에 화나가 신경질을 부린 사실은 있으나 흉기로 협박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김재승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해자가 인적이 드문 야심한 시각에 신문지에 싼 흉기를 손에 들고 승차한 피고인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생명과 신체에 어떠한 위협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직장상사를 만나러 간다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목적지가 있었던 점, 택시에 승차한 이후 신문지에 싼 흉기를 꺼내 보이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시켜 주려는 아무런 행동을 취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신문지에 싸인 상태에서도 피해자가 흉기임을 인지할 수 있었더라도 피고인에게 협박의 의사가 있었다면 신문지에 싸인 흉기가 잘 보이도록 피해자에게 들이대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피해자가 뒤돌아보았을 때에야 비로소 신문지에 싸인 흉기를 피해자의 어깨 뒤쪽으로 보인 사실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흉기로 협박해 겁에 질린 택시기사로 하여금 도망을 가게 한 협박범이 운전자가 도망가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경찰에 사고 신고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협박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운전자 폭행은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때리거나 위협하면 가중 처벌하는 조항으로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 16일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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