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경우 법정형을 벌금형 없이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으로 무겁게 처벌토록 규정한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담당관(5급) 신OO(38)씨는 2004년 민원인 김OO씨로부터 “아들이 군대에서 폭행을 당해 정신병 치료를 받고 있는데,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도록 잘 조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상품권 등 3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신씨는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벌금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는데, 형법 제129조 1항은 수뢰죄의 법정형을 징역형과 자격정지형만으로 규정한 것은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지난해 3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즉, 형법 제129조 제1항 중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위헌인지 여부를 가려달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종대 재판관)는 지난 5월 29일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형법 제129조 제1항의 수뢰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직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 직무의 염결성과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공무원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형벌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의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또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본분을 저버리고 헌법으로부터 부여된 의무와 책임을 방기해 공무원 직무의 염결성과 불가매수성을 해친 자로서 죄질과 책임이 결코 가벼울 수 없으므로, 징역형이나 자격정지형의 형벌로 처벌한다고 해서 그것이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물수수의 불법성이 결코 작지 않은 점, 뇌물수수 행위는 부당한 직무수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쳐 법과 원칙이 무력해지고 비리와 부패가 만연할 수 있는 점,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행위자에게 비난가능성이 매우 적거나 거의 없는 경우 징역형 또는 자격정지형의 선고를 유예함으로써 책임에 상응하는 적정한 양형을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공무원의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에 비해 보호하려는 이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뢰죄에 대해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고 징역형과 자격정지형만으로 법정형을 규정한 것은, 입법자가 공무원의 뇌물수수 행위의 위법성과 비난가능성을 중대한 것으로 평가해 그에 상응한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이 수뢰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었다거나 일탈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수뢰죄와 뇌물공여죄는 공무원 직무행위의 염결성과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수뢰죄가 자신이 맡고 있는 직무의 염결성과 불가매수성을 스스로 침해한 공무원에 대한 비난을 본질로 함에 비해,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을 그와 같은 위법행위로 유도하는 행위에 대한 비난이라는 점에서 양자는 죄질을 달리한다”며 “따라서 수뢰죄와 뇌물공여죄의 법정형이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또한 구체에 따라 행위태양이 천차만별이고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및 그 효과 또한 다양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뇌물공여죄에 비해 수뢰죄의 죄질이나 불법성이 중한 것으로 보아 수뢰죄를 뇌물공여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법정형을 규정하는 것이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뇌물공여죄가 법정형에 벌금형을 규정한 것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정형에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뇌물공여죄에 비해 수뢰죄의 법정형이 더 무겁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법정형에서의 차별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뇌물 공무원 벌금형 없이 징역형 정당
헌법재판소 “법 무력화되고, 비리와 부패 만연해 질 수 있어” 기사입력:2008-06-09 10: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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