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시민이 택시강도범으로 지목돼 28일간 억울하게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우연히 진범이 붙잡혀 석방된 30대가 국가와 수사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2006년 5월 4일 새벽 2시 30분께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 후문 앞에서 최OO(여)씨가 택시에 승차하자, 택시기사는 차량의 잠금장치를 잠근 후 최씨를 협박해 현금 10만원을 빼앗고 약 30분 동안 택시를 주행해 감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 새벽 4시경에도 인천 작전동에 있는 모 빌라 앞길에서 김OO(여)씨가 택시를 승차하자, 택시기사는 잠금장치를 잠그고 김씨를 강제추행하며 45분간 감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 피해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피해자들인 최씨와 김씨는 경찰이 제시한 택시기사들 사진 중에서 장OO씨의 사진을 보고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컴퓨터 화면으로 6명의 택시기사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자 경찰은 장씨를 긴급 체포하고 피해자들과 대면시킨 뒤, 피해자들이 장씨를 범인으로 확인하자 구속 영장을 신청해 장씨는 구속됐다.
하지만 장씨는 5월 4일 밤에는 택시를 운행하지 않았고, 아내와 함께 동료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다음날까지 잠을 잤다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장씨는 우연히 혐의를 벗게 됐다. 구속돼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함께 검찰청에 출두한 피의자로부터 자신과 같은 내용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이야기하는 수감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담당 검사에게 말했다.
조사결과 2건의 택시강도 범인은 서OO씨임이 밝혀졌고, 장씨는 2006년 6월 8일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석방됐다. 결국 장씨는 5월 12일 강도죄 등 혐의로 긴급 체포돼 인천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가 6월 8일 석방됨으로써 28일간 구속됐었다.
이에 장씨는 “경찰이 피해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범인으로 지목하고 구속되게 한 직무상 위법행위가 있고, 국가는 경찰관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발생한 손해를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경찰관과 국가는 “위 사건과 같은 유형의 범죄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가장 유력한 증거방법인데, 피해자들이 원고를 일치해 범인으로 지목함에 따라 범죄 혐의를 갖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경찰관들의 이런 판단은 상당한 이유가 있어 수사과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법 민사5단독 이세창 판사는 최근 장씨가 국가와 경찰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원 등 모두 77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손해배상액은 위자료와 일실수입 등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해자들이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절차와 방법이 범인식별절차에 있어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준수해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이루어져 피해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해 상당한 부분 일치하기는 하나, 이후 대면절차에서 피해자들이 범인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고 함께 대면해 장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점에 주목했다.
이어 “경찰관들은 신빙성이 낮은 피해자들의 진술만을 기초로 원고가 범인이라고 속단한 나머지 자신의 혐의 없음을 주장하는 원고의 알리바이에 대해 확인이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은 범죄의 혐의 유무를 밝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은 물론 그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만이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공정하게 수집, 보존해야 할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 경찰관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 대한민국은 그 소속 경찰공무원인 피고 경찰관들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위자료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 경찰관들이 원고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 및 진범을 발견한 과정, 원고가 구속돼 있던 기간, 강도죄 등의 부당한 죄명으로 수사를 받음으로써 원고가 겪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 등을 참작하며 피고가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300만원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와 경찰관들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택시강도범으로 억울한 옥살이…위자료 300만원
이세창 판사 “경찰 직무상 위법행위…국가와 함께 배상책임” 기사입력:2008-06-04 08: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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