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나이차이 극복하지 못하고 황혼이혼

홀대받는 아내 감싸주지 않은 남편 vs 가출 반복하는 아내 기사입력:2008-06-02 18:00:53
시댁식구들로부터 홀대받는 아내를 감싸주지 않은 남편과 홀대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가출을 반복한 아내에게 절반씩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A(54·여)씨는 열아홉 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B(73)씨와 지난 1994년 2월 결혼했는데, 둘 모두 아픈 과거가 있는 재혼이었다.

A씨는 결혼 후 B씨의 집에 들어가 90세가 넘는 고령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수발을 하면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A씨는 B씨가 결혼 전부터 내연관계에 있던 여인으로부터 결혼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욕설 혹은 폭언을 들었다. A씨는 결혼 당시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 B씨에게는 성년이 된 4남 1녀의 자녀들이 있었는데, A씨는 남편의 자녀들이나 그 밖의 시댁 식구들로부터도 나이차이 등 여러 사정으로 B씨의 아내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결혼 직후 음식점을 운영하게 된 A씨는 도박을 다니는 등 음식점 운영을 소홀히 하다가 나중에는 음식점 문을 닫고 집을 나가 인천으로 갔고, 이에 B씨가 인천으로 찾아가 데려 온 적도 있다.

A씨는 또 1995년 3월 B씨의 둘째 아들의 결혼축의금을 갖고 집을 나갔다가 이를 모두 소비한 후 돌아오기도 했다.

이렇게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가운데 A씨는 2007년 11월 B씨와 다투던 중 뺨을 맞은 적이 있었다.

심지어 A씨는 1998년 10월에는 조카며느리로부터 행실과 관련해 심한 욕설과 쌍소리를 듣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집을 나간 A씨는 1999년 12월 B씨의 연락을 받고 시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B씨의 큰딸로부터 “무슨 자격으로 장례식에 왔느냐”는 등의 소리를 듣고 쫓겨나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B씨는 아내가 시댁 식구들로부터 홀대를 당하는 것을 방관하면서 아내를 위로하거나 감싸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한편 A씨는 2005년 11월 강릉시에서 운영하던 민박집에 대한 철거보상금이 나오자 돈을 갖고 집을 나갔고, 이에 B씨가 경찰에 가출신고를 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B씨는 서로를 상대로 각각 이혼청구 소송을 냈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가사2단독 박노수 판사는 최근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위자료 청구는 양측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와 피고가 서로 이혼을 청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타됐다”고 말했다.

박 판사는 “혼인파탄에 원인은 원고가 피고의 내연녀로부터 폭언이나 욕설을 듣도록 하는가 하면, 피고의 자녀들이나 시댁식구들로부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구박받는 원고를 감싸주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데 일조하거나 피고 스스로 원고를 폭행하기도 함으로써 원고가 결혼생활에 정착하지 못하고 가출하는 원인을 제공한 피고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원고도 결혼생활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피고의 집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가출을 반복하거나 집 밖에서 주로 생활하는 등으로 문제를 회피하면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살다가, 급기야 가출을 함으로써 동거·부양 등 부부로서의 공동생활관계에서 요구되는 의무를 저버린 원고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따라서 이 같은 혼인파탄의 책임은 원고와 피고 상호 대등하므로 결국 그 책임은 절반씩 있다”며 “상황이 이 같은 이상 서로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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