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공무원 농락한 무기수…8천만원 뜯어

피해자 살인범 두려움에 꼼짝없이 당해…항소심도 엄벌 기사입력:2008-06-02 17:09:11
무기수인 자신을 면회 온 고향친구이자 공무원을 협박해 8000만원이 넘는 돈을 갈취한 50대에게 항소심 법원도 엄벌했다. 현직 공무원이 교도소에 있는 친구에게 왜 꼼짝없이 당했는지 범죄를 재구성했다.

권OO(50)씨는 스물 일곱 살이던 1981년 3월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청주지법 충주지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을 복역하다가 2002년 2월 가석방됐다.

권씨는 복역 중인 2001년 고향친구와 함께 면회 온 또 다른 고향친구 A(49)씨가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말을 듣자, “내가 3년 후면 교도소에서 나오는데, 그동안 면회 한 번을 안 와 서운한 감정이 있다. 면회를 안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위협했다.

권씨는 A씨가 공무원 생활로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 보이고, 살인을 저지른 자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신체에 해를 끼칠 것 같이 위협해 돈을 뜯어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던 중 2001년 5월 교도소에서 A씨의 직장인 군청에 전화를 걸어 “얼마 있으면 나가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40만원을 송금해라. 만약 보내지 않으면 출소한 후에 보자”고 겁을 줬다.

협박성 말을 들은 A씨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권씨가 동거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가족들한테도 해를 끼친 전력을 있는 것을 알고 있어,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A씨는 40만원을 송금해 줬다, 그러자 권씨는 이후 계속 돈을 요구해 출소한 이후인 지난해 12월까지 총 40회에 걸쳐 8000만원 이상을 뜯어냈다.

권씨의 범행은 이 뿐만이 아니다. A씨가 자신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자 지난해 11월23일에는 기관단체협의회 체육대회에 참석한 A씨를 찾아가 “먹고 살 데가 없다. 300만원을 내 놔라”고 요구했다.

참다 못한 A씨가 “더 이상 돈을 구할 때도 없고, 너에게 줄 돈도 없다”고 거부하자, 권씨는 “내일까지 돈을 보내라. 안 보내면 죽여 버린다”고 겁을 줬고, 다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며 돈을 내 놓을 것을 협박했다.

권씨는 이후에도 2회에 걸쳐 전화로 심한 욕설을 하며 돈을 내 놓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 항소심도 징역 4년과 벌금 20만원

결국 권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상습공갈),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청주지법 형사3단독 남재현 판사는 지난 2월 권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무면허운전을 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남 판사는 “피고인이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를 상대로 8000만원이 넘는 많은 돈을 갈취해 범행 내용이 좋지 않고,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권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인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석동규 부장판사)는 권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대로 선고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살인범죄 등으로 인해 피고인을 두려워하고 있는 선량한 피해자를 협박해 2001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0회에 걸쳐 8000만원 이상을 갈취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등 죄질이 너무나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또 피고인이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2년 가석방되고 잔형면제의 사면을 받았음에도 이후 수 차례에 걸쳐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을 피력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1심 형량이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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