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와 폭행을 일삼던 남편이 간통 현장을 들키고도 되려 심한 모욕을 준데 그치지 않고 해머로 집안의 집기를 부수며 위협한 남편을 해머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가정주부에게 항소심 법원도 엄벌했다.
피고인이 비록 가정폭력의 피해자로서 범행동기 등에 참작할 사유가 있지만, 인간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소중한 것이기에 엄벌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박OO(56·여)씨는 남편인 양OO(52)씨가 평소 잦은 외도로 가정을 돌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한 의처증을 갖고 있어 자신을 수시로 폭행하며 학대하는데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1일 오후 8시경 평택에 있는 한 노래방 주인으로부터 “남편이 술에 취했으니 데리고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박씨는 남편을 데리러 노래방으로 갔다가 황망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노래방에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하고 있었던 것. 화가 난 박씨는 남편에게 항의했으나 오히려 입에 담지 못할 심한 모욕과 폭행을 당했다.
집에 돌아 온 박씨는 현관문을 걸어 닫았다. 다음날에야 집에 돌아온 양씨는 문이 잠겨 있는 것에 화가 나자 해머로 거실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와 해머를 박씨를 향해 휘둘렀다.
분이 안 풀린 양씨는 해머로 진열장과 거실탁자 등을 부수며 행패를 부렸다. 또 양씨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박씨에게 “어제 만났던 여자와 같이 살겠다”고 말한 후 해머를 거실 바닥에 집어 던지고 방안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박씨는 남편으로부터 심한 모욕과 학대를 당하자 순간적으로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거실에 놓여 있던 해머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남편의 머리를 힘껏 내리쳐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 손상으로 숨지게 했다.
이로 인해 박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홍준 부장판사)는 지난 1월25일 박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박씨는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할 때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심상철 부장판사)는 박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대로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잦은 외도와 폭행 등으로 오랜 기간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피고인이 피해자의 외도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도 오히려 피해자로부터 심한 모욕과 폭행을 당하고, 해머로 거실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온 피해자로부터 위협과 조롱을 받게 되자 순간적으로 흥분해 해머로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범행 동기나 정상에 참작할 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을 알고 있는 많은 이웃주민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행전력도 없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그간의 가정폭력 등 생전 행위에 대한 평가 여하를 불문하고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하고 존엄한 것으로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인 점, 범행방법이 잔혹해 죄질이 나쁜 점, 피해자의 유족들도 피해자를 잃은 슬픔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고 있다며 엄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피고인이 가정폭력의 희생자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모든 양형 조건을 두루 고려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적정한 양형의 범위 내에 있고 부당하게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난봉꾼 남편 살해한 가정폭력피해 주부…형량은?
서울고법 “징역 4년…인간의 생명을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기사입력:2008-06-02 12: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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