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횡단보도를 ‘종단’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횡단보도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형 화물차 운전자인 조OO(37)씨는 지난해 3월 24일 오후 7시경 서울 창천동에 있는 중앙선 표시 없는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걷던 임OO(39)씨를 들이받았다.
사고 횡단보도는 창서초등학교 방면에서 신촌로 방면(남북 방향)으로 설치돼 있었는데, 임씨는 현대백화점 방면에서 원불교 방면으로(동쪽에서 서쪽) 횡단보도 위를 지나가던 중 좌회전하던 조씨의 차량에 의해 치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1심인 서울서부지법 정재훈 판사는 지난해 11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씨에게 “피해자 임씨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 제2항 단서 제6호,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횡단보도의 보행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소 기각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때에는 그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여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법조항이 보호하고 있는 보행자는 모든 보행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횡단보도를 그 용법에 따라 ‘횡단’하는 보행자로 봐야지, 횡단보도를 ‘종단’하는 보행자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횡단보도 위에 있는 보행자라면 그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종단을 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횡단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항소했으나,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재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심과 같이 공소기각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는 도로를 횡단할 의사로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고차량의 운전자인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횡단보도상의 보행자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말하는 보행자보호의무위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조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공소를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소정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때’라고 함은 사람이 횡단보도에 있는 모든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횡단할 의사로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남북 방향으로 설치된 횡단보도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가 도로를 횡단할 의사로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 횡단보도상의 보행자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행자보호의무위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횡단보도 ‘종단’하는 보행자 친 경우 무죄
대법 “횡단보도에서 종단하는 보행자 보호의무 없어” 기사입력:2008-05-19 10: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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