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사이비 기자들 범죄행각 천태만상

로비 명목은 기본…공갈과 협박…변호사법 위반 등 기사입력:2008-05-15 10:22:31
‘사회적 공기’라는 기자들의 불법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전국 지방일간지 뿐만 아니라 유력 인터넷신문 기자도 그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경찰관에게 로비해 단속정보를 알려주겠다며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또 굴지의 식품회사의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것을 미끼로 협박해 거액의 금품을 뜯어내려는 기자도 있다.

뿐만 아니다. 공사수주나 취직, 나아가 승진청탁 부탁에 교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고, 구속된 사람에게는 아는 검사를 통해 형량을 낮춰 주겠다고 속여 금품을 챙기는 파렴치한 기자까지 범죄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 건설회사의 현장사무실에 찾아가 현장소장들에게 불법 운운하며 기사화 할 듯한 태도를 보이며 협박해 수시로 금품을 갈취하는 공갈범 기자도 있다.

이렇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도덕적인 사이비 기자들의 행태를 <로이슈>가 최근 법원에서 선고된 사건을 취합해 심층 보도한다.

◈ 경찰 단속정보 알려주마

경남지역 일간지 기자로 마산시청에 출입하던 송OO(48)씨는 지난해 6월 시청 휴게실에서 불법오락실을 운영하는 김OO씨에게 “오락실 뒤를 봐주겠다. 경찰관에게 로비해 단속정보를 알려주고, 단속되더라도 오락기를 빼 줄 테니 돈을 달라”고 말해 교제비 명목으로 50만원을 받는 등 6회에 걸쳐 115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지난해 11월21일 승진심사 대상인 마산시청 공무원 A씨로부터 승진 부탁을 받자, 송씨는 “시청 국·과장 등 윗분들에게 인사 청탁을 하기 위해서는 돈일 필요하니 500만원을 준비해 달라”고 말해 청탁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됐다.

창원지법 형사1단독 이여진 판사는 5월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과 함께 추징금 165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기자라는 신분을 이용해 불법 오락실 단속과 관련해 뒤를 봐 준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또 공무원들과 친분을 이용해 인사 청탁 명목으로 금전을 수수한 점에서 죄질이 불량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공갈 기자의 때늦은 후회

국내 유명 인터넷신문 강원본부 취재부장인 김OO(41)씨는 처제로부터 유명 식품업체가 판매하는 ‘OO짜장’에서 비닐 종류의 이물질이 발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자 김씨는 지난해 9월6일 해당 업체 고객센터 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물질이 나온 제품에 대해 전국에 유통 중인 것을 모두 회수하라. 어떤 식품회사는 내가 문제 제기를 해 망한 곳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씨는 그러면서 이 같은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는 대신 광고비 명목으로 1000만원, 용돈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 이 같은 협박에 고객팀장은 겁을 먹기도 했으나 경찰에 신고해 붙잡혔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단독 김순한 판사는 지난해 11월 김씨에 대해 공갈미수죄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

그러자 김씨는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으며, 현재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기 어려워 1심 형량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 4월25일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기자의 지위를 이용해 기사화하지 않는 대신 광고비 또는 용돈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기사화 할 것처럼 위세를 보이며 돈을 갈취하려 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아 1심 형량은 적절하다”고 밝혔다.

◈ 군수에게 부탁해 줄게

호남지역 환경전문신문 기자 김OO(68)씨는 2003년 3월 임OO씨로부터 “완도군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자 김씨는 “500만원을 주면 군수에게 부탁해 간단하게 도로포장공사를 따 주겠다. 5천만원 짜리 공사 한 건하면 괜찮지 않겠냐”며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단독 이영광 판사는 지난 4월17일 불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변호사법 위반죄를 적용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 반성문 수회 제출해 선처

경기지역 일간지 기자인 윤OO(55)씨는 2006년 10월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 제2청사 기자실에서 최OO씨로부터 취직 부탁을 받자, “양주시청 고위간부에게 부탁해 시설관리공단 임시직으로 취직 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150만원을 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정현명 판사는 지난해 11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또 추징금 150만원도 부과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이 매우 커 죄질이 불량하고, 더욱이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또 범행을 저질러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엄벌했다.

그러자 윤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성곤 부장판사)는 지난 1월31일 윤씨가 4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하는 점 등을 참작해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변호사법 위반죄로 집행유예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동종의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무거우나 1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사람의 취직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돈을 받은 점, 받은 돈의 액수가 150만원인 점, 받은 돈을 돌려준 점, 최씨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

◈ 공무원 교제비 1300만원

또 다른 경기지역 일간지 기자 도OO(47)씨는 지난해 6월12일 경기 동두천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한OO씨와 서울 세종로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나 “올 하반기 해양수산부 발주 공사 및 강원도 양양군청이 발주하는 방파제 공사를 담당공무원들과 접촉해 수주 받도록 해 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1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최봉희 판사는 4월8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도씨에게 “피고인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관해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및 추징금 1300만원을 선고했다.

◈ 간 큰 기자의 치밀함

심지어 인천지역 일간지 기자로 남양주시청에 출입하던 장OO(51)씨는 통도 컸다.

장씨는 2006년 9월 파주에 설립하려던 공장의 승인신청이 불허된 정OO씨에게 “공장설립 승인을 받으려면 파주경찰서장과 파주시장 및 담당공무원에게 로비를 해야 하니 1억원을 달라”고 말해 2회에 걸쳐 7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장씨는 또 공장설립 승인이 되지 않아 정씨로부터 이의제기를 받고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7000만원에 대한 근거서류를 만들 필요가 있어 건축설계계약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장씨는 지난해 3월 남양주시에 있는 이OO씨의 건축설계사 사무실에서 정씨로부터 건축설계계약서 작성에 대한 대리권한을 위임받은 것처럼 허위로 건축설계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검찰에 제출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장상균 부장판사)는 지난 4월3일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풀려난 장씨에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다시 법정 구속했다. 또 추징금 7000만원도 선고했다.

◈ 사이비 기자의 추태

검찰 관련 △△신문 특집부장인 양OO(51)씨의 대범함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꼬리가 잡히자 사이비 기자의 추태를 드러냈다.

양씨는 2006년 11월 울산남부경찰서에서 절도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안OO(50)씨에게 “내가 잘 아는 검찰직원이 있고, 우리 신문사 편집국장도 잘 아는 검사가 있다. 내가 검사에게 부탁해 형량을 1년6개월 정도로 낮게 받도록 해 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63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후 양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게 됐다. 그러자 양씨는 수감 중인 안씨를 면회한 8월30일 “미안하다. 검찰이 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된다. 내가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지 않았다는 합의서를 한 장 써 달라”고 사정했다.

이에 안씨가 “그런 소리하지 말고 내가 준 돈을 줄려면 주고 말려면 말아라. 나가서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거절했다. 양씨는 결국 9월11일 구속됐는데 구속 직전 630만원을 돌려주고 합의서를 받았다.

그러자 양씨는 파렴치하게도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받은 630만원은 안씨의 형사사건을 검찰공무원에게 청탁해 잘 처리해주는 명목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받은 돈 중 일부는 안씨의 딸의 학자금에 사용하고 나머지 돈은 단순히 보관을 부탁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지난 2월1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씨에게 징역 1년에 추징금 630만원을 선고하며 엄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절도, 사기, 강도상해, 음주운전 등으로 여러 차례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음에도 누범에 해당하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전과 중에는 신문사 기자를 사칭하거나 공무원을 사칭해 돈을 갈취하는 등 유사한 전과도 수 회 있어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서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 현장소장 협박해 갈취

건설회사가 공사 중인 현장사무실을 돌며 현장소장을 협박해 금품을 수 차례에 걸쳐 뜯어낸 갈취형 사이비 기자들도 있다.

호남지역 일간지 기자 전OO(52)씨는 2004년 8월 S건설 현장사무실에서 현장소장 김OO씨에게 “도로 성토작업을 하면서 불법으로 토취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다”면서 공사시간 등을 취재한 후 신문에 보도할 듯한 태도를 보인 후 “명절이나 신문사 창사기념일에 광고협찬을 해 달라”고 말하며 4회에 걸쳐 120만원을 뜯어냈다.

이후 2005년 7월에도 S건설의 현장사무실로 찾아가 소장 김씨로부터 2회에 걸쳐 50만원을 착복했다.

전씨의 사이비 기자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2005년 8월 장성군 소재 S토건 현장사무실에서 현장소장 이OO(50)씨에게 공사 중에 환경문제 등이 발생하면 기사화 할 듯한 태도를 보인 다음, 이에 겁을 먹은 이씨로부터 2회에 걸쳐 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뿐만 아니다. 2005년 8월 A건설 현장사무실에 찾아가 현장소장 조OO씨에게 “터널 발파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및 진동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많다”고 트집을 잡고 이를 신문에 보도할 듯한 태도를 보이며 2회에 걸쳐 150만원을 갈취했다.

자신의 수법이 잘 통한다고 생각한 때문인지 전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져 갔다. 이후 9월 추석 명절이 다가오자 자신의 신문사 사무실로 조씨를 불러 금품을 요구해 3회에 걸쳐 280만원을 갈취했다. 당시 전씨는 또 다른 호남지역 일간지 기자 나OO(54)씨와 함께 받은 돈을 나눠 가졌다.

나씨는 또 2006년 6월 전씨가 착복했던 S건설 현장사무실에 찾아가 공사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 후 공사현장의 위법사항도 적발해 보도할 듯한 태도를 보였고, 전씨로부터 당해 겁을 먹은 소장 김씨로부터 30만원을 받아 챙겼다.

뿐만 아니라 나씨는 8월에도 C산업 현장사무실에서 현장소장 김OO(42)씨에게 “덤프차량이 먼지를 날리며 과적운행을 하고 있으니 신경을 쓰라”고 지적한 후 이를 보도할 듯한 태도를 보이며 소장으로부터 가볍게 2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결국 공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광주지법 형사7단독 김종복 판사는 지난해 10월 전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나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이들은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재강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 합의했으며 범행을 뉘우치고 있기는 하나, 기자의 직위를 이용해 공갈 범행을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도 지난 4월24일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전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나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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