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에 고소취소 강요…위자료 1000만원

서울중앙지법 “항의하며 고소취소 종용 것은 불법행위” 기사입력:2008-04-29 11:59:01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고인의 가족이 피해자를 찾아가 고소취소를 강요하는 등 압박함으로써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아 병원 신세까지 졌다면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소매치기와 성추행 등의 단속업무를 하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사복차림으로 근무하던 경찰관 2명은 지난해 1월9일 오전 8시30분께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A(여)씨의 뒤에 있던 홍OO(34)씨의 거동이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후 홍씨의 행동을 성추행으로 판단 경찰관들은 A씨의 고소 의사를 확인한 후 홍씨를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후 홍씨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A씨의 뒤에 바짝 붙어 서서 자신의 성기를 A씨의 엉덩이에 밀착해 비벼대고 손으로 만지는 등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런데 홍씨의 누나 등 가족들은 A씨의 거주지 등을 알아낸 뒤 3월10일 오후 10시경 A씨와 그 언니만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 불쑥 찾아가 성추행으로 고소한 사실 등을 항의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경찰관이 시켜서 허위로 고소장을 작성한 것”이라는 내용의 서면을 작성할 것을 강요해 결국 그런 내용의 서면을 받아냈다.

홍씨의 가족들이 간 뒤 A씨는 성추행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의 가족으로부터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상실감과 강압에 의해 작성해 준 서면으로 인해 경찰관들이 불이익을 입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결국 A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과 불안 장애를 일으켜 다음날 새벽 3시경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이후에도 우울증 증세를 보여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5월9일 홍씨는 법원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은 7월26일 피해자의 고소취소 의사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1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홍씨와 누나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면서 홍씨와 누나는 “성추행 사실이 없음에도 경찰관들이 성추행범으로 간주해 불법 체포하는 바람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자신을 체포한 경찰관 2명과 A씨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경찰관과 A씨도 맞소송을 낸 사건.

한편 홍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을 체포한 경찰관 2명과 성추행으로 고소했던 A씨에 대해 무고와 불법체포 등의 죄명으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7월25일 피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는 홍씨와 누나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반면 A씨가 “고소취소를 강요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홍씨와 누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반소사건에서는 “홍씨의 누나는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홍씨의 누나가 야간에 아무런 예고 없이 A씨의 집을 찾아가 동생의 성추행 사실의 경위에 관해 캐묻고, 고소취소 등을 종용한 것은 A씨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A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분명해 이를 금전적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씨의 누나가 A씨에게 ‘나중에 고소하겠다’는 등 압박한 정도, 이로 인해 A씨가 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에 실려 가는 등 받은 정신적 충격, 치료기간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 액수는 1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홍씨가 피고(경찰관 2명)들을 무고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경찰관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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