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동영상’ 미끼로 30억 협박한 일당 실형

서울서부지법 “대통령 후보 협박해 죄질 상당히 불량” 기사입력:2008-04-23 10:47:12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설립 특강’ 동영상 CD를 대선 캠프에 팔아 넘기려 한 일당이 법원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미디어 업체를 운영하던 여OO(43)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후보가 2000년 10월17일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 특강에서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강의 내용이 담긴 동영상 CD를 발견했다.

이에 여씨는 지인 김OO(55)씨에게 CD의 존재를 알렸고, 김씨는 자신의 고교동창인 곽OO(55)씨에 이를 알렸다. 이후 김씨는 여씨로부터 동영상 CD 중에서 이명박 후보가 발언한 문제의 음성부분만을 발췌된 복사본 CD를 받아 보관했다.

이들은 CD가 대외적으로 공개될 경우 이명박 후보에게 치명상을 줄 수도 있고, 그에 따라 경쟁후보인 정동영 후보나 이회창 후보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도 있는 등 CD가 대통령 선거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에 김씨는 12월14일 오후 4시경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 커피숍에서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지인의 소개로 이명박 후보 캠프의 특보를 만났다.

김씨와 여씨는 이날 저녁 7시경 서울 성산대교 인근 고수부지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특보에게 동영상 CD를 보여 준 뒤, 특보에게 “CD 대가로 30억원을 주면 좋겠다. 오늘이 지나면 통합신당에게 이 CD가 간다”라고 위협하면서 돈을 줄 것을 요구했다.

다음날 특보를 다시 만난 김씨 등은 “30억원을 주지 않으면 CD를 다른 후보에게 전달해 인터넷과 언론 등에 공표하도록 해 이명박 후보에게 대통령 선거에서 악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고 재차 돈을 요구했다.

이에 특보는 모 호텔에서 만나 30억원을 주고 CD를 교환하기로 거짓 약속한 뒤 경찰에 신고해 이들은 붙잡혔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장진훈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공동공갈)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년을, 여씨에게는 징역 1년6월을, 곽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의 범행은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됐던 문제의 동영상 CD의 존재를 두고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를 협박하고, 후보자의 측근을 공갈해 30억원이라는 거액을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의 갈취행위가 미수에 그쳐 피해자측에 금전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으나 체포된 이후 동영상 CD를 언론에 유포시킨 점 등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들의 공직선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들이 공직선거법에 정해진 선거관계인도 아니고, 동영상 CD의 대가로 금전만 요구했을 뿐 실제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은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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