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동업자를 ‘물고문’ 하는 등 집단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명 제화업체 창업주의 아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재화업체 재벌 2세이자 Y회사 대표이사인 이O(48)씨는 적외선 감시용 CCTV 및 코덱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력을 갖고 있던 박OO씨에게 거액의 기술료를 지불하면서 신제품 개발을 위해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런데 채용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기존의 기술과 성능을 능가하는 내용의 개발이 없자, 이씨는 자신을 속인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화가 난 이씨는 지난해 10월 김OO(29)씨에게 “박씨가 기술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투자를 했는데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말하자, 김씨는 박씨를 불러 혼내 주기로 약속했다.
이에 김씨는 박씨를 불러 혼내 줄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11월7일 후배 송OO(28)씨와 미리 경기도 가평군 소재 모 자연휴양림에 있는 펜션으로 가 현장답사를 했다.
다음날 김씨와 송씨는 야구방망이 등을 준비해 펜션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이씨는 박씨에게 “일본에서 온 사업가를 만나기로 했다”고 속여 이날 펜션으로 박씨를 유인해 데려갔다.
그런 다음 이씨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씨와 송씨에게 박씨를 혼내 주라고 지시했고, 이에 김씨와 송씨는 박씨를 방으로 끌고 가 테이프로 박씨의 손과 발을 묶고 눈을 가린 후 주먹과 발로 온몸을 마구 때렸다.
이어 박씨를 거실로 끌고 나오자, 이씨는 박씨에게 욕설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고무망치로 머리를 수회 때리고, 김씨와 송씨에게 물을 뿌려 겁을 줄 것을 지시했다.
이에 김씨와 송씨는 박씨를 욕실로 데리고 가 물이 있는 양동이에 머리를 집어넣다 뺐다하는 방법으로 속칭 ‘물 고문’을 했다.
김씨와 송씨가 박씨를 다시 거실로 데리고 나오자, 이씨는 직원들을 시켜 몰래 찍어 둔 박씨의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위해(危害)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을 속인 것을 자백할 것을 추궁했다.
이때 박씨가 “내가 뭘 잘못했고, 사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대답하자, 김씨와 송씨를 다시 박씨를 욕실로 끌고 갔다.
그런 다음 미리 준비한 야구방망이로 박씨의 엉덩이와 다리를 때리고, ‘물 고문’을 한 뒤 다시 거실로 끌고 나왔다. 이어 이씨가 “너, 나한테 뭐 사기 쳤는지 기억나지“라고 물었는데, 박씨가 “뭔지 알려 주시면 시키는 대로 다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옆에 있던 김씨와 송씨가 야구방망이로 다시 때렸다.
사기를 인정하지 않는 박씨의 태도에 분이 안 풀린 이씨는 김씨와 송씨에게 다시 물을 먹일 것을 지시했고, 이들은 박씨를 욕실로 끌고 가 박씨의 머리를 양동이에 집어넣다 뺐다를 반복한 후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겁에 질린 박씨는 “살려 주세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할 것이니 살려 주세요”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이씨는 “살고 싶으면 그동안 사기 친 것을 모두 갚아야 하니까, 차량과 20억원 약속어음에 관한 서류를 준비해 내일 사무실로 와라”라고 하면서 미리 작성한 구비서류 목록을 던져 주었다.
이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박씨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으나, 이들의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었다.
한편 이씨는 곧바로 회사 직원 조OO(58)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박씨가 사무실로 갈 것이니, 차량을 인도 받아 매각하고, 20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아야 한다. 미리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를 받은 회사 직원 2명은 11월9일 회사 사무실에 찾아온 박씨에게 미리 준비한 20억원의 약속어음과 부인 명의로 된 차량(시가 2200만원)의 매도 서류 등을 작성하게 했다.
박씨는 만약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가족에게까지 보복할 것처럼 협박을 당했던 터라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며 꼼짝없이 해달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씨 일당은 경찰에 붙잡혔고, 이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집단·흉기 등 상해, 공동공갈)로 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최병선 판사는 최근 재화업체 재벌 2세 이씨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또 이씨의 지시에 따라 폭력에 가담한 김씨와 송씨에게도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와 함께 회사 직원 2명에 대해서는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며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속아 사업 손실이 커지자 이에 대한 보복 및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피해자를 감금하며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고, 속칭 물고문을 하고, 또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피해자를 폭행·협박해 상해를 가한 후 20억원 상당의 약속어음 등을 교부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이어 “물론 피고인이 피해자의 원인 제공으로 사업의 손실이 커지자 이런 범죄를 저지른 점에서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항이 있어 보이지만, 그러나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커 보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범행은 단순히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정도를 벗어나 법질서 침해에 대한 중대한 범죄”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비록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범죄 이후의 정황만으로 피고인이 저지른 과오가 용서받을 수는 없다”고 실형 이유를 설명했다.
“나를 사기 쳐”…동업자 ‘물고문’ 재벌 2세 실형
최병선 판사, 유명 제화업체 창업주 아들에 징역 2년6월 기사입력:2008-04-22 19: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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