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병원에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에게 전신마취제를 주사한 뒤 깊은 잠에 빠지자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병원장에게 항소심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항소심 법원은 이 병원장에게 대해 준강간죄가 아닌 강간죄를 인정했다.
경남 통영시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병원장 A(41)씨는 지난해 5월21일 위장 및 대장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온 B(여·37)씨에게 진통제와 최면 진정제 등을 투여한 후 내시경 검사를 했다.
그런데 A씨는 B씨가 수면상태에 빠져 있자 갑자기 욕정을 느꼈다. 이에 A씨는 간호사가 내시경 검사실에서 나간 것을 확인하고, 전신마취제를 B씨에게 투여한 뒤 환자복을 벗기고 강간했다.
A씨는 또 6월9일과 20일에도 같은 방법으로 2명의 여성 환자들을 강간했고, 이로 인해 피해 여성들은 심한 두통 및 구토, 수면장애를 입게 했다.
A씨가 강간한 여성 환자는 3명이었고, 검찰조사결과 A씨의 혐의는 사실로 드러나 의료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1심인 창원지법 통영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홍광식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2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강간치상 등)로 구속 기소된 병원장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지역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 준 사건으로, 의사인 피고인은 자신을 절대적으로 믿고 신체를 의탁한 환자들을 상대로 치밀한 계획 하에 전신마취제를 투여한 후 이들을 간음하는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따라서 피고인을 엄벌에 처함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A씨가 검사가 각각 항소했고,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죄명을 변경해 강간죄를 적용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먼저 형량을 낮춘 것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벌금형 전과 1회 외에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항소심에서 모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죄명을 준강간에서 강간으로 변경한 이유는 이렇다. 먼저 준강간죄(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강간죄(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죄는 모두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량은 동일하다.
문제의 쟁점은 피고인이 수면내시경 검사를 마친 후에 전신마취제를 피해자들에게 주입하고 간음한 것이 기존의 수면내시경용 진통제 등에 의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단순히 이용한 것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이러한 상태를 이용하는 정도를 넘어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초래하거나 더욱 강화시키는 것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통상 수면내시경용 진통제는 수면내시경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에 맞추어 필요한 만큼 환자에게 투여되므로 환자는 검사 종료 후 오래 지나지 않아 수면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수면내시경 검사를 할 때는 수면내시경용 진통제만으로 족하고, 이에 더해 전신마취제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피고인이 수면내시경 검사가 종료된 직후 전신마취제를 투여한 것은 단순히 수면내시경용 진통제에 의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초래했거나 적어도 기존의 상태를 강화 내지 심화시킨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수면내시경 때 성폭행 병원장 항소심서 감형
부산고법 “징역 5년…준강간 아닌 강간죄 적용” 기사입력:2008-04-22 11: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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