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환자 간호사에게만 맡긴 의사 손배책임

박성인 판사 “수술 후 관찰의무 소홀로 결국 하지 절단해” 기사입력:2008-04-21 17:18:55
수술환자에 대한 관찰의무를 소홀히 한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법원이 판단이 나왔다.

용인시에 살고 있는 이OO(당시 65세)씨는 2004년 2월5일 자신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 차를 정차한 뒤 눈을 털어 내고 있다가, 경사진 곳에 세워 둔 자신의 차량이 굴러 다른 차 사이에 끼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씨는 방사선 촬영 결과 대퇴부 골절 진단을 받고 이날 3시간에 걸쳐 대퇴부 골절 부위에 골봉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오후 8시경 병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감각기능 이상, 혈액순환 저하, 우측 대퇴부 혈액삼출의 증상을 보였고, 오후 11시부터는 무릎 아래 뒤쪽 통증을 호소했다.

이씨는 6일 새벽 1시30분께 진통제를 맞았으나 통증이 완화되지 않았고, 간호사들은 통증을 호소하는 이씨에게 진통제만을 투여했을 뿐 담당의사를 부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병원 정형외과 의사 김OO씨는 6일 오전 10시경 회진을 하던 중 이씨에게 하퇴부 구획증후군이 발생한 것으로 발견하고 근막절제술 및 우측무릎관절흡입술을 시행했다.

2차 수술 후에도 이씨는 계속 체온이 상승하고, 우측하지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감각신경 저하 등의 증세를 보였다.

이에 김씨는 11일 근막절개술 부위 근육괴사에 대한 변연절제술을 시행했고, 17일에는 MRA를 시행했으며, 19일에는 근막절개술 부위에서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이씨는 2월24일 대형병원으로 옮겨졌고, 이 병원에서 다시 한번 변연절제술(대퇴부와 하퇴부의 감염된 부위의 괴사된 조직과 감염된 조직을 제거한 후 물로 세척하는 시술)을 받았으나 효과가 없어 결국 하지 절단수술을 받게 됐다.

그러자 이씨와 그의 가족은 “처음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수술 당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상태를 직접 관찰했다면 구획증후군 발생사실을 좀 더 빨리 진단했을 가능성이 있고, 즉시 근막절개술 등의 처치를 했다면 현재보다 점 더 낳은 상태가 됐을 것”이라며 수술을 담당한 의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근막증후군이란 근막에 둘러싸인 폐쇄된 구획 내의 조직압이 올라가서 미세순환이 저해돼, 모세혈관 내에서 관류가 저하돼 구획 내 근육 및 기타 연부조직의 괴사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3단독 박성인 판사는 지난 16일 이씨와 그 가족이 △△병원 병원장 정OO씨와 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 담당의사 김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판결 내용은 환자 이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포함해 3084만원, 이씨의 부인에게 위자료 300만원, 이씨의 자녀 3명에게 위자료 각각 5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의사 김씨는 대퇴부 수술을 시행했으면 수술 이후의 예후에 관해 면밀하게 관찰해 설령 구획증후군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처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이후 12시간 가량을 간호사에게만 맡겨 놓은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구획증후군의 발견이 늦어져 하지절단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돼 이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또한 병원장 등도 사용자로서 김씨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판사는 다만 “원고는 △△병원에 입원하기 이전에 대퇴부 분쇄골절 등 위중한 기왕증을 갖고 있었고, 구획증후군의 발생 자체에 피고들의 과실이 개입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의료행위 자체가 가지는 위험성 및 불가예측성 등을 보태어 보면, 비록 수술을 한 의사의 과실로 인해 원고가 구획증후군으로 인한 장해의 결과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손해를 피고들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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