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들이 “건물주는 악덕사채업자”라는 글을 아파트 벽에 썼다면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OO씨와 이OO씨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모 아파트 403호와 102호를 양도받아 입주했으나, A씨는 건축주 등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입주민들을 상대로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위 소송에서 법원은 “아파트 입주민들은 A씨에게 건물을 명도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입주민들은 항소해 현재 항쇰 재판 진행중이다.
이로 인해 가집행을 당하게 되자 박씨와 이씨는 입주민들과 함께 A씨에 대항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그 사무실로 사용하고자 아파트 주차장에 조립식 가건물을 지어 비대위 사무실로 사용했다.
이들을 A씨로부터 건물명도를 당해 억울하다는 이유로 아파트 외부 및 주차장 벽 등에 빨간색과 검정색의 매직 및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이용해 “이 건물은 사기꾼 A씨와 재판 중이니 더 이상 피해 당하는 서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악덕 사채업자야 각성하라”는 등의 낙서를 했다.
이로 인해 박씨와 이씨는 명예훼손과 공동재물손괴, 주차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신진화 판사는 지난해 7월 이들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박씨와 이씨는 “건물명도소송에서 패소해 가집행을 당할 처지에 놓인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또한 이런 정상을 참작하면 1심 선고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또 항소심에서는 검사가 죄명 중 명예훼손을 모욕으로 변경했고,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재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민사소송의 항소심 등 소송절차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벽에 낙서를 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있어 긴급성 내지 보충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정당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양도받아 입주해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사유로 명도를 당하게 되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자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이들은 상고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피고인들이 민사소송의 상소 절차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불법으로 사무실을 설치하고 벽에 낙서를 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며 박씨와 이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아파트 벽에 ‘악덕 사채업자’ 낙서는 모욕죄
대법 “상소 절차 있어 이런 행위는 정당행위 아니다” 기사입력:2008-04-20 12: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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