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BBK 김경준 '쥐' 비유…대한민국 농락

서울중앙지법 “BBK는 김경준 것…징역 10년에 벌금 150억원” 기사입력:2008-04-17 21:38:50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를 조작하고 회사 돈 319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 전 BBK 대표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BBK투자자문회사의 실소유자가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었는지에 대해 법원은 실소유자가 김경준이라고 못 박았다.

김씨는 항소할 뜻을 밝혔으나, 이번 판결은 이명박 대통령이 BBK와 무관하다는 특검의 수사발표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이어서 이 대통령은 일단 관련 의혹에서 자유롭게 됐다.

특히 법원은 김씨가 대한민국 법정을 무대로 거짓말로 대한민국을 농락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로이슈>는 법원이 김씨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강도 높게 질타한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다.

◈ ‘태산명도서일필’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재판장 윤경 부장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150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서 선 재판장은 “이번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 아니다”고 정의를 내리면서, 태산을 요동치게 하고 고작 쥐 한 마리 잡았다는 한자성어 ‘태산명도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비유했다. 김씨를 쥐에 견주며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 것.

드레퓌스 사건은 1894년 9월 프랑스에서 정보 유출에 사용된 문서에서 발견된 암호명 ‘D’에 따라 무고한 유대계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간첩으로 지목해 희생양 삼아 종신형을 선고해 강제로 불명예 전역시킨 뒤 악마섬으로 유배시킨 사건을 말한다.

이 부분은 재판부가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고심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재판장은 “이번 사건은 국민의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게 있으면 들어주려 했지만 피고인은 대한민국 법정을 무대로 삼아 거짓말로 대한민국을 농락한 사건”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BBK 실소유자는 김경준


먼저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BBK투자자문회사의 실소유자와 관련, 김씨는 줄곧 “BBK투자자문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소유한 것이고, 횡령은 당시 자금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이 저지른 것”이라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BBK투자자문의 법인등기부에 대표이사로 기재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설립·운영에도 상당히 관여했음이 명백함에도 범행을 부인할 뿐, BBK투자자문의 소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을 소명할만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한 점까지 종합하면, BBK는 피고인이 설립·운영했다는 것을 뒤집을 만한 정황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이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인 2002년 1월경 누나인 에리카 김이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사무실에 방문해 회사업무를 관리하기도 했던 점, 피고인이 신청한 증인 역시 피고인이 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역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 법 경시 태도 상식 초월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위해 여러 개의 외국계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다음 외국자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조작했고, 이러한 방법으로 끌어 모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법인 자금 319억원을 상당히 교묘한 방법으로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위 범행 과정에서 각종 문서를 위조해 유령회사를 설립했고, 이를 범행 도구 및 자금세탁을 위한 가명 계좌로 사용했으며, 이후 복잡한 과정을 거쳐 범죄 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데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은 이미 사망한 동생의 여권을 이용해 미국 출입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범행을 철저히 은폐하려 했고, 이러한 태도에 나타난 피고인의 법질서 경시 태도는 이미 일반인의 상식 범위를 훨씬 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이 사건 범행의 수단과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범행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이고, 그 방법 또한 매우 전문적이며, 향후 유사 범행을 유발할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는 점에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횡령한 돈으로 호화생활

재판부는 “피고인은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BBK투자자문을 설립해 자신의 자금은 전혀 투자하지 않은 채 MAF 펀드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했고, 그 자금을 이용해 주가조작 및 유상신주 매각이라는 금융기법을 동원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득했으며, 이를 곧바로 해외에 유출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범행 도구로 이용된 옵셔널벤처스코리아는 범행 직후 상장 폐지됐고, 결국 주가조작에 속아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주식을 매수했던 소액 주주들에게 모든 피해가 귀속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한 이 사건으로 공소제기 된 횡령액은 319억원 상당이나, 피고인이 유상신주를 사실상 무상으로 배정 받아 그 매각대금까지 취득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실제 이득액은 위 횡령액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한편 피고인은 미국에 유출한 부당이득으로 호화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반면,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소액 주주들의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게 회복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이 사건 범행의 규모, 피해자의 수, 그 피해 정도 및 범행 이후의 피해 회복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이점에서도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벌금 150억원 왜?

이와 함께 재판부는 김씨의 범행 후의 정황에 나타난 행태를 꼬집으면서 벌금형 부과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계좌 추적 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명백히 드러났고, 관련자들의 일치된 진술은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음에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로 범행을 부인하면서 그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기려 할 뿐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는 자신이 취득한 부정한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상응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인 150억원의 벌금형을 병과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 대통령 선거 이용 범행 희석

특히 “이 사건 범행의 본질은 재산적 이익을 노린 통상 경제범죄에 불과한데, 피고인은 국내의 특수한 정치상황(대통령 선거)을 이용해 뚜렷한 근거 없는 주장을 거듭함으로써 자신의 범행의 본질을 희석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국민의 공기(公器)라 할 많은 국가기관의 기능을 훼손한 점도 죄질이 불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모두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역시 좋지 않은 양형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더욱이 피고인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직원들에게 범행의 책임을 전가하려 했고,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한 직원들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며, 심지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한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소액주주에게 조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 개전의 정을 찾아 볼 수 없어 중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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